[DA:인터뷰] ‘바퀴 달린 집’ PD “성동일x김희원x여진구, 친구처럼 지냈다”

입력 2020-08-28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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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바퀴 달린 집’ PD “성동일x김희원x여진구, 친구처럼 지냈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 그런데 어느 새 우리는 엉덩이 하나 안심하고 붙일 만한 집 하나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시쳇말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라는 신조어)해 집을 구한다는 표현을 쉽게 쓰는 세상이다. ‘바퀴 달린 집’의 강궁 PD은 주거 공간을 갖는다는 고민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집’을 투자가 아닌 ‘거주’로 초점을 맞춰 기획 단계에 들어갔고 ‘인(人)당 한 평씩, 그렇게 네 명이서 네 평짜리 집에서 최소한의 소비와 무소유를 실천하며 사는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 강궁 PD는 “처음엔 제목이 ‘네 평 위의 제주도’였는데 점점 발전해가면서 ‘바퀴 달린 집’의 형태가 완성됐다”라며 “잠깐의 불편함을 감수해도 될 정도의 캠핑카가 아닌 실제로 오랜 기간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집에서 지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또 기존 예능프로그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여행이 아닌 집들이에 초점을 맞췄다. 강궁 PD는 “집에 대한 욕심을 비우고 바퀴 달린 집에서 살면 자연에 가까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생긴 시간과 공간을 뭘로 채워야 할지 고민했고 우리는 어디를 바라보고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라고 말했다.

“잠정적인 결론은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 좋은 사람들을 초대해 맛있는 것을 나누는 행복을 누리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고향 친구가 나 보러 올라와서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간다고 하면 벌어질 일들을 상황으로 설정하게 됐고, 그게 ‘집들이’라는 단어로 정리가 된 거예요. ‘바퀴 달린 집’을 끌고 전국 방방곡곡을 내 집 앞마당 삼아 머물면서, 그 집에 나를 보러 오는 소중한 손님을 위해 장도 보고 이부자리도 준비하고 구경시켜줄 곳도 찾아보고, 손님이 오면 ‘바퀴 달린 집’에서 온전히 1박2일을 같이 지내보는 거죠. 매번 새로운 앞마당으로 이사를 가니까 그걸 ‘집들이’라고 명명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시작한 프로그램은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가 참여하며 완성이 됐다. 이들은 우리나라 최초로 등장한 바퀴 달린 집을 타고 한적한 곳에 머물며 소중한 이들을 초대해 하루를 살았다. 강원도 고성을 시작으로 제주도, 전라남도 담양, 전라북도 고창, 경상북도 문경, 경기도 남양주, 강원도 춘천, 거제도를 거쳤다.

길고도 짧은 여정이 지날 수록 이들과 함께 하는 시청자도 많아졌다. 시청률 또한 20일 방송된 11회에서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5.9%, 최고 7.8%, 전국 가구 기준 평균 4.3, 최고 5.9%를 기록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바퀴 달린 집’의 재미 중 하나는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의 호흡이었다. 이미 서로를 알고 있었지만 함께 지내보지는 않았기에 다소 어색했던 이들은 회가 거듭할수록 눈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단단한 관계가 되는 모습에 극의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성동일과 MBC ‘아빠, 어디가’ 시즌1때 만났었던 강궁 PD는 “처음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이 성동일 형님이었다. 김희원 형님은 성동일 형님이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셨다. 영화를 찍으며 두 사람이 친해졌는데 하루는 김희원 형님이 ‘형이랑 예능을 하면 재미있겠다’라고 했나보더라”며 “성동일 형님이 자기가 잘 아는 PD가 있다며 내게 연락을 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라고 말했다.

“김치찌개 집에서 두 분을 처음 뵀는데 서로 타박하며 챙겨주는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이후 SBS ‘사랑하고 싶다’(2006)에서 성동일 형의 아들로 여진구가 합류하게 되면서 지금 세 식구의 모습이 완성이 된 거예요. 여진구를 캐스팅할 때 대선배들이랑 함께 하니까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해서 인상적이었죠.”

세 사람의 호흡에 대해 강궁 PD는 “‘바퀴 달린 집’을 시청하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실 것이라 믿는다”라며 “재미있었던 것은 성동일‧김희원과 여진구와의 관계였다. 선후배를 따지지않고 서로 동등한 입장으로 친구처럼 무심한 듯 편하게 대했다. 세 사람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동일 형님이 여진구를 정말 아들처럼 대했고 김희원 형님도 여진구를 손아랫사람 대하듯 고압적이거나 너무 마냥 받아주지도 않았다. 여진구 역시 두 형님을 너무 깍듯이 모시지도 않아서 세 사람이 정말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다. 성동일 형님과 김희원 형님의 호흡은 참 보기 드물지만 거기에 여진구가 있어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었다. 세 사람 모두 정이 많다”라고 세 출연자들의 성품을 칭찬했다.

세 사람의 호흡도 좋았지만 ‘바퀴 달린 집’에 나오는 정성스런 음식들도 밤 9시에 야식이 생각나게 할 정도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성동일은 모친을 도와 포장마차 운영을 하며 깊어진 내공에 어떤 식재료를 가져다놔도 요리를 만들었고 여진구는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집에서 미리 연습을 하거나 식혜를 미리 만들어오고 커피콩을 갈며 닭갈비 양념소스를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이 과제로 내어준 것이 아닌 스스로 직접 한 것이라고 했다.

“첫 미팅 때 정말 놀라웠던 것이 여진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많고 호기심도 많은데 그걸 유튜브로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파스타에 대해 이야기하면 ‘만테까레’ 이야기를 하고 낚시 이야기를 하면 ‘플라이 낚시’ 이야기를 하고 회 뜨는 영상까지 섭렵했을 정도로 요리에 대한 관심이 크더라고요. 아마도 여진구 입장에선 ‘바퀴 달린 집’이 유튜브로 간접 경험하며 키워왔던 로망을 실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요. 그 과정에서 여진구가 겪는 시행착오와 성장을 시청자 분들이 함께 하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희원 형은 김희원 형이었습니다. 국물 떡볶이로 답변을 마치겠습니다. 하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먹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강궁 PD는 “집들이의 7할이 음식 준비와 식사 대접이라 콘셉트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더 그랬다”라며 “코로나19 환경 때문에 촬영을 포기한 적도 있고 촬영을 해놓고 방송을 내보내지 못한 음식도 있어 더욱 그랬다. 우리도 시행착오를 하며 배워나가고 있다. 시즌2로 돌아온다면 일상을 나눌 수 있는 다른 방법도 고려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콘셉트 상 초대된 이들 역시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와 인연이 깊은 연예인들이었다. 특히 제작진이 아닌 출연진들이 직접 연락을 해서 초대를 했다. 강궁 PD는 세 사람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권이라고 강조하며 시청자들이 시청을 하며 추억과 지인을 떠올리길 바랐다고 말했다.

강 PD는 “친분과 관계가 중요한 요소여서 세 분의 조언을 많이 구했다. 그 만큼 어렵게 섭외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손님들도 촬영하러 온다기 보다는 오랜만에 식구 얼굴 보러 온다는 마음으로 오셨다”라며 “배우 이준혁 같은 경우 성동일 형이 극소수의 제작진 외에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채 초대해서 다들 깜짝 놀랐었다. 방송만 봐도 김희원 형이 계속 신기한 눈으로 이준혁을 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 누구나 평소에 보고 싶지만 사느라 바빠서 못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좋은 음식을 같이 먹고 밀렸던 이야기도 하는 바쁘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쉽다고 생각하면 쉬운데 시간을 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죠. ‘바퀴 달린 집’을 보며 마음이 치유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간만에 보고 싶은 친구에게 연락을 할 수도 있고요.”

라미란, 혜리를 시작으로 마지막 회에는 하지원까지 많은 이들이 ‘바퀴 달린 집’에서 추억을 쌓고 갔다. 그 중에서 강궁 PD는 배우 엄태구가 의외의 초대 손님이었다고 말했다. 엄태구는 방송에서 수줍은 모습을 보이며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상반돼 눈길을 끌었다. 이에 방송 다음 날 엄태구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궁 PD는 “엄태구에 대해 이야기를 듣긴 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강렬한 연기와 그렇지 못한 성정(性情)’이 있더라. 방송 이후 엄태구가 주목 받고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는 게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성동일의 ‘개딸’로 인연을 맺은 정은지와 혜리도 출연을 한 바 있다. 만약 시즌2가 제작된다면 성동일과 두 번째 개딸 고아라도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 묻자 강궁 PD는 “우리도 만나고 싶다.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바퀴 달린 집’ 시즌2를 볼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강궁 PD는 “시청자 여러분들이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가 그립고 보고 싶어질 때쯤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분에 넘치는 사랑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바퀴 달린 집’과 함께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더욱 즐거운 시즌 2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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