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허문회 감독. 스포츠동아DB
사령탑의 다짐은 예언으로 탈바꿈했다. “8월에 치고 올라갈 것”이라던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고, 롯데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창 상승세일 때 얄궂은 날씨로 인해 우천취소가 많았던 점은 아쉽지만 성적과 관리,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 마지막 퍼즐 한두 조각만 더해진다면 9월에도 치고 올라갈 여지는 충분하다.
롯데는 8월을 14승1무8패(승률 0.636·3위)로 마쳤다. 롯데가 월간 승률에서 5위 이상에 오른 것은 2018년 10월의 7승5패(승률 0.583·4위) 이후 처음이다. 7월까지 롯데는 5위 LG 트윈스에 4.5게임차 뒤진 8위로 처졌는데, 8월의 상승세 덕분에 현재 5위 KT 위즈에 1경기차로 다가섰다. 현재 3위 LG와도 5.5경기차로 가시권이다.
허 감독은 시즌 초부터 “8월에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름 이후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다짐과 함께 과하다 싶을 정도로 주축 선수들을 아꼈다. 타격감이 한창 올라온 야수에게 휴식을 준다거나, ‘클로저’ 김원중을 동점 상황에선 절대 올리지 않는 식이었다.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허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뚝심 있게 밀고 갔고, 8월의 성적으로 증명했다.
사실 7월까지와 비교해 8월 롯데의 운영법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운영은 비슷한데, 타 팀의 사이클이 떨어질 때 롯데의 하락세가 덜하자 상대적으로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8월초 4차례 우천취소가 아쉽기만 하다. 한창 연승가도에 오를 때 흐름이 끊긴 데다, 9월 이후 더블헤더로 소화하면서 체력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4일부터 KIA 타이거즈와 더블헤더를 치른다.
롯데의 8월 성적은 마운드가 주도했다. 월간 평균자책점(ERA)은 3.86(4위)였고, 선발(3.92)과 불펜(3.78) 모두 준수했다. 여전히 ‘퐁당퐁당’의 모습인 외국인투수 아드리안 샘슨이 불안요소이긴 하지만, 댄 스트레일리를 축으로 박세웅, 노경은까지 3선발은 확실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다만 8월 막판 필승조 박진형과 구승민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오현택, 최준용 등 필승조가 양적으로도 충분하지만 셋업맨 구승민과 박진형의 안정은 필수다.
부진한 타자들의 슬럼프 탈출도 시급하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4명 중 타율 52위의 ‘캡틴’ 민병헌(0.230)이 2군에서 심신의 안정을 되찾은 뒤 이번 주 콜업될 예정이다. 민병헌과 함께 부상을 털고 일어선 이병규도 돌아온다. 큰 경기 경험이 많고 클러치 능력을 갖춘 타자들이라 복귀 자체만으로도 벤치의 선수 활용폭은 넓어질 전망이다.
8월에 어느 정도 치고 올라가는 데 성공했지만, 5위는 여전히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지난해 최하위에서 5강 경쟁자로 변신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순 없다. 롯데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9월의 진짜 도약을 위해선 베테랑 타자들의 분전과 필승조의 안정화가 절실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