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김병수 감독-전북 모라이스 감독. 스포츠동아DB
지난해 12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에선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의 K리그1(1부) 3연패 대관식이 떠들썩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같은 시각, 경기장 인터뷰 룸에 들어선 강원FC 김병수 감독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전북의 우승을 축하한다. 또 울산 현대에는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이날 전북은 강원을 1-0으로 꺾고 통산 7번째 정상에 섰다. 같은 시간대에 펼쳐진 경기에선 직전까지 선두를 달리던 울산이 포항 스틸러스에 1-4로 완패했다. 승점 동률이라 다득점에서 희비가 갈렸다. 당시 김 감독의 발언에는 울산에 대한 미안함을 넘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친 데 따른 아쉬움이 짙게 깔려있었다.
사실이다. 강원은 전북에 강했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이 전북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난 시즌부터 두드러졌다. 강원은 지난해 3월 전북에 충격의 0-1 패배를 안겼고, 8월에는 1-3으로 뒤지다 후반 추가시간 동점을 만드는 괴력을 발휘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전북은 내내 고전하다 간신히 이겼다. 시즌 전적 2승1무1패로 우위를 점하긴 했지만 모라이스 감독은 ‘가장 인상적인 적장’으로 김 감독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도깨비 같은 팀”이라며 강원을 칭찬했다.
아니나 다를까. 올 시즌은 완전히 처지가 바뀌었다. 전북은 30일 홈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8라운드 경기에서 강원에 1-2로 졌다. 강원의 핵심 미드필더 한국영이 빠졌음에도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5월 첫 만남에서도 0-1로 패한 터라 훨씬 쓰라렸다.
13승2무3패(승점 41)의 전북은 올해 기록한 3패 중 두 번을 강원에 헌납했고, 결국 선두 울산(승점 45)과 격차도 더 벌어졌다. 이제는 ‘강원 울렁증’을 넘어 ‘강원 포비아(공포증)’까지 생길 지경이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강원은 울산에 2번 모두 패했다. 여기에 전북에는 2패를 안겼으니, 이제 울산에 미안해할 이유는 완전히 사라졌는지 모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