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단됐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가 15일(한국시간) 재개된다. 서아시아 권역(A~D조) 16개 팀이 카타르 도하에서 다음달 3일까지 조별리그 잔여경기부터 4강전까지 소화한다.
여기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의 행보다. 자국 대표팀의 경험과 실력 향상을 위해 북중미 골드컵과 남미 코파아메리카 대회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하는 등 수년 전부터 축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여전히 우려스러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카타르는 ACL을 안전한 대회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비록 ACL이 클럽대항전이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의 관심을 받는 무대이고, 마침 올해는 규모와 대회방식이 월드컵과 비슷해 카타르로선 2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리허설’로 삼을 수 있어 성공적 개최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스폰서, 중계권 등 최소한이나마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ACL의 강행을 결정한 AFC로선 카타르는 아주 든든한 우군이다.
클럽 수준의 경쟁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전·현직 한국국가대표를 영입해 K리그에도 잘 알려진 알 사드와 알 두하일은 ACL의 단골손님이고, 이 중 알 사드는 2011년 전북을 꺾고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만약 AFC의 계획대로 11월 도하에서 전북 현대, 울산 현대, FC서울, 수원 삼성이 참가하는 동아시아 권역 대회가 진행되고, 누군가 서아시아의 한 팀과 결승전을 치르게 되면 상당한 홈 텃세와 견제가 쏟아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심상치 않은 곳은 또 있다. 여느 때보다 진지하게 ACL에 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세다. 그 중 사우디 리그를 8회 제패한 알 나스르가 가장 돋보인다. 잠재적 경쟁상대인 전북의 왼쪽 풀백 김진수를 영입했고, 독일국가대표 메수트 외질(아스널)에게 러브 콜을 보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우디는 ACL 출범 초기인 2004·2005년 대회에서 알 이티하드의 연속 우승으로 맹주 이미지를 굳혔으나 한동안 우승과 멀어졌다가 지난해 알 힐랄의 대관식과 함께 다시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다. 정부 차원의 관심도 상당해 알 나스르를 비롯한 출전팀들은 AFC 수당과는 별도로 거액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물론 ‘오일 달러’를 앞세운 사우디의 축구 투자가 새삼스럽진 않다. ‘황사 머니’로 지구촌 스타들을 수집하며 세를 불린 중국에 가려진 면이 있지만, 최근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인수를 추진할 정도로 자금력이 막강하다. 다시 국가적 관심이란 ‘물’이 들어왔으니 ACL 성공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축구 몸값 전문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가 매긴 리그의 가치는 중국 슈퍼리그가 3억3100만 유로(약 4640억 원)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사우디 리그는 2억300만 유로(약 2845억 원), K리그1은 1억3600만 유로(약 1906억 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