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V리그 준비현장을 가다] IBK기업은행의 3가지 키워드… 리시브, 라자레바의 체력, 속공 점유율 20%

입력 2020-10-1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2020~2021시즌 V리그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남녀부 13개 팀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수많은 관중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던 일상으로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각 팀은 비시즌 동안 과감한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새 시즌의 기대감을 높였다.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땀으로 젖은 각 팀의 훈련장을 돌아봤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했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은 창단 이후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2012~2013시즌부터 6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지만, 이 때문에 신인드래프트에서 우수선수를 보강할 기회 역시 함께 사라졌다. 유망주들을 지속적으로 수혈하지 못하던 팀은 2시즌 전부터 차츰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에이스 김희진의 부상과 외국인선수 어나이의 불성실, 고질인 리시브 불안증세가 겹쳐 5위로 추락했다.

뛰어났던 창단 멤버들이 성장해 팀을 떠나간 가운데 이제 IBK기업은행은 리빌딩을 생각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지휘봉을 잡은 김우재 감독은 성적으로 모든 것이 평가받는 현실에 가슴앓이도 많이 했다. 고통의 시간 속에서 김 감독은 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아쉽게도 지난 시즌은 훈련하는 선수와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크게 달랐다. 실력의 격차가 엄연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이제 2년차를 맞은 김 감독은 그 격차를 좁혀 팀에 건강한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긴장감을 높이려고 한다.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다.



연습경기 없이 시즌 돌입하는 IBK기업은행의 속사정


IBK기업은행은 KOVO컵 이후 단 한 차례의 연습경기도 치르지 않은 채 새 시즌에 들어간다. 이례적 상황이다. 이유가 있다. 부상자가 너무 많았다.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을 마친 뒤 한창 훈련에 열의를 보이던 센터 김희진은 발목인대를 다쳤다. 리베로 한지현도 부상으로 오랫동안 목발을 짚었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로 뽑은 안나 라자레바는 KOVO컵 도중 복근부상을 당했다. 김 감독은 주전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상대팀과 연습경기를 치러봐야 얻을 것이 많지 않다고 판단했다.

8일에야 처음으로 선수단 15명이 모두 참가하는 볼 훈련을 진행했을 정도로 준비가 다른 팀들보다 늦었다. 실전감각 부족은 시즌 초반의 불안요소들 중 하나다. 그 대신 김 감독은 비시즌 동안 김주향, 육서영, 최가은 등 젊은 선수들의 업그레이드에 매달렸다. 이들이 주전들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까지 성장하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자리는 언제나 있다고 안심하거나 느슨해지지 않아야 팀이 건강해진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김 감독은 “주전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했다.

라자레바의 경쟁력과 새로운 세터 조송화, 속공 점유율 20%


KOVO컵에서 IBK기업은행은 라자레바의 빼어난 경쟁력을 확인했다. 트라이아웃 때 모든 감독이 원했던 선수다. 높은 타점의 공격능력과 배구센스를 입증했다. 김 감독은 “수비능력도 괜찮다”고 밝혔다. 기량은 충분하지만 체력은 더 지켜봐야 한다. V리그의 빡빡한 일정에 적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할 내구성과 체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김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릴 때와 아닐 때, 얼굴 표정에서 모든 것이 드러나는 것을 고쳤으면 한다”고 말하지만 상대팀에는 경계대상이다.

IBK기업은행은 FA 시장에서 세터 조송화를 영입했다. 김 감독이 원해왔던 선수다.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의 능력을 올려줄 팀 레전드 출신의 김사니 코치도 영입했다. 그가 조송화에게 따라다니던 ‘라이트 쪽 연결의 아쉬움’을 만족으로 바꿔줄지 궁금하다. KOVO컵에선 조송화와 라자레바의 호흡이 나쁘지 않았다.



김 코치는 “조송화가 속공에 장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김희진, 김수지 등 2명의 국가대표 센터를 보유한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속공득점과 속공 성공률 모두 3위를 기록했다. 리시브가 흔들려 속공을 만들 기회가 적었는데, 조송화의 역량이라면 이 수치를 더 올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 코치는 “속공 점유율이 20%를 넘으면 우리 팀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김 감독이 원하는 배구의 모습이다. “리시브가 흔들려 양쪽 날개로만 공격하면 상대는 대응하기가 편해진다. 앞에서 센터들이 상대 블로커를 끌고 다녀야 라이트의 라자레바도 편하고, 레프트도 덩달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잘 받아야’ 성공적 시즌 보낼 IBK기업은행의 불안요소들
새 시즌 IBK기업은행의 성패는 표승주-김주향-육서영 등 3명의 레프트와 처음으로 풀타임 리베로 역할을 맡을 신연경-한지현이 얼마나 리시브를 버텨주느냐에 달려있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서브를 받아 조송화가 많이 뛰어다니지 않게만 해준다면, 속공 구사와 공격 성공률은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의 리시브 효율은 27.90%로 최하위였다.

표승주와 김주형은 정통 레프트 출신이 아니고, 육서영은 이제 프로 2년차다. 공격력은 다른 팀들에 견줘 떨어지지 않겠지만, 이들이 약한 곳만 파고들 상대팀의 서브 폭탄을 얼마나 이겨낼지는 해봐야 안다. 김 감독도 “레프트는 경기 당일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때의 기준은 아마도 리시브에서 잘 견디는 능력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불안요소는 김희진이다. 아직 정상의 몸 상태가 아니다. 준비시간이 부족해 조송화와 손발을 제대로 맞춰보지도 못했다. 당분간 김현정이 그 자리를 메울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상대팀 센터들의 부담감은 줄어들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김희진이 건강한 몸으로 코트에 있을 때 더 무서운 팀이다.

2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인 김 감독은 코치진, 베테랑 선수들 모두 운명공동체가 되기를 원한다. 선수단과 프런트가 같은 생각으로 뭉친다면 새 시즌 항해에 나선 IBK기업은행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