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사진제공｜KLPGA
우승 여부보다 2위와의 격차가 어떻게 될지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진 최종라운드. ‘예상대로’ 김효주(25·롯데)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0시즌 2승째이자 통산 12승(아마추어 1승 포함)에 입맞춤했다. 18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4개를 묶어 3오버파를 쳤지만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상금 2억4000만 원을 손에 넣었다. 합계 1언더파를 친 2위 고진영(25·솔레어)과는 8타 차.
3라운드까지 합계 12언더파를 기록, 공동 2위(2언더파) 그룹 4명에 10타 앞서 최종 라운드를 맞은 김효주는 예상과 달리 흔들렸다. 파4 홀인 2번 홀과 4번 홀에서 각각 보기를 기록하며 2타를 잃었다. 그 사이 3라운드까지 이븐파 공동 7위에 랭크됐던 고진영이 버디만 3개를 잡으며 7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김효주가 분위기를 바꾼 건 6번 홀이었다. 묘하게 티샷 미스가 발판이 됐다. 341m 파4 홀에서 드라이버는 오른쪽으로 밀렸고, 카트 도로를 타고 한참을 굴러갔다. 샷 트래커 상 비거리는 무려 270m. 이번 대회 개막에 앞서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라 카트 도로를 맞히면 우승 기회가 있다”고 했던 김효주는 1라운드 후 “러프가 길어 도로에 맞으면 공이 없어지는 코스더라”며 웃었는데, 6번 홀 티샷 미스는 ‘전화위복’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공이 간신히 도로 옆 러프에 멈춘 트러블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투온으로 연결한 뒤 3m 거리의 퍼트에 성공하며 이날 유일한 버디를 잡았다. 11번(파4), 18번(파5) 홀에서 다시 보기를 범했지만 이미 우승은 결정된 뒤였다.
김효주. 사진제공｜KLPGA
고등학생 신분이던 2012년 롯데마트 오픈에서 KLPGA 투어 역대 최다 스트로크차 우승 공동 4위 기록인 9타 차로 첫 우승을 일궜던 김효주는 6년 만에 KB금융 스타챔피언십 패권을 다시 차지하며 지난 6월 롯데칸타타 오픈에 이어 시즌 2승째이자 투어 통산 12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평균타수(69.171타)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그는 누적상금 6억5600만 원으로 시즌 상금랭킹에서도 선두로 올라섰다. 잔여 대회 수(4개)를 감안하면 대상 포인트 1위도 가시권에 뒀다. 2승으로 박현경(20·한국토지신탁)과 함께 ‘유이’한 다승자라 다승왕도 노릴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올 시즌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시즌 최종전인 11월 13~15일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까지 출전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나머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케줄을 소화할 예정이다.
메이저 대회답게 언더파 선수가 단 2명뿐이었던 이번 대회에서 압도적 성적으로 우승한 김효주는 “4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치고 싶었는데, 오히려 3오버파를 쳤다.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해서 행복하지만 실수를 많이 해서 조금 찜찜한 기분이 있다”면서 “티샷도 많이 흔들리고 숏게임도 잘 안 됐다. 크게 무너지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당분간은 이 코스에서 라운드 하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KLPGA 투어 2년째였던 2014년 대상과 상금왕, 평균타수 1위, 다승 4관왕을 차지했던 그는 “(6년 만의 KLPGA 투어 4관왕이) 욕심나긴 하지만, 미국 투어에서 주로 뛰는 선수로서 그건 너무 욕심이 과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생각 반, 아닌 생각 반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천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