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승부사 이건희’

입력 2020-10-25 1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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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베트남 사업장 방문한 故 이건희 회장.

25일 별세한 이건희 회장은 위기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승부사’였다. 그의 경영철학은 1993년 제2의 창업을 선언한 ‘신경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은 1992년 당시 세계 최초로 64M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고, 메모리 강국 일본을 처음으로 추월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서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이 회장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삼성이 실질보다 외형 중시의 관습에 빠져 있고, 국내 제일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다는 우려였다. 그런 가운데 생산량 늘리기에 급급했던 생산라인에서 불량이 난 세탁기 뚜껑을 손으로 깎아서 조립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미국의 대표 전자제품 양판점 ‘베스트바이’ 진열대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삼성 제품을 보게 됐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이라는 이름을 반환하라. 먼지 구덩이에 처박힌 것에 어떻게 삼성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겠는가”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 당시 故 이건희 회장.



그리고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호텔에 임원들을 모아놓고 지금도 이 회장을 대표하는 어록인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과 함께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제까지 지속됐던 양 위주 경영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질을 중심으로 양이 조화를 이루는 선순환의 경영구조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를 대표적으로 잘 보여 준 사례가 바로 1995년 3월에 있었던 불량 무선전화기 화형식이다. 당시 삼성전자의 무선전화기 사업부는 품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완제품 생산을 추진하다 제품 불량률이 11.8%까지 올라가는 문제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고객에게는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한편, 수거된 제품을 소각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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