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조현우. 스포츠동아DB

KT 조현우. 스포츠동아DB


좌완투수 조현우(26)는 올 시즌 KT 위즈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탠 숨은 주역이다. 2014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6순위)에 KT의 지명을 받았지만, 2019시즌까지 1군 10경기 등판이 전부였을 정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에 올 시즌의 활약은 놀라움 그 자체다.

조현우는 올 시즌 52경기에 등판해 5승1패1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ERA) 2.78을 올리고 있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0.151(86타수 11안타)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며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시즌 3번째 등판인 6월 16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1점차 리드를 지켜내며 데뷔 첫 세이브를 따낸 뒤부터 꾸준하다.

한 번의 성공 체험은 많은 것을 바꿨다. 불펜 뎁스에 다소 아쉬움을 지녔던 KT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단순히 좌타자를 잘 잡는 것을 넘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실점을 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제구가 다소 들쑥날쑥한 약점을 적극적인 몸쪽 승부로 상쇄했다. 요즘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후반 좌타자를 상대할 때 주권(좌타자 피안타율 0.192)과 함께 조현우의 투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불펜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승계주자 실점률(IRS)이 3.6%에 불과한 점이 돋보인다. 28명의 주자를 물려받아 단 1명에게만 홈을 허용했다. 25명 이상의 주자를 물려받은 리그 불펜투수들 중 20% 미만의 IRS를 기록 중인 투수는 NC 다이노스 임정호(0.173·52명 중 9명), 삼성 라이온즈 이승현(0.103·39명 중 4명), 한화 이글스 강재민(0.125·32명 중 4명)과 조현우의 4명이 전부다.

이 감독도 조현우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조)현우가 좌타자를 상대로 140㎞대 초반의 직구를 던지는 데다 공략하기 힘든 슬라이더를 지녔다”며 “현우는 남은 경기에서도 키가 될 수 있다. 최근 좌타자를 상대로 엄청나게 좋았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도 좌타자가 많으니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