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성실하고 착한 다우디였기에 가능했던 것들

입력 2020-11-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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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다우디. 스포츠동아DB

새 시즌을 앞두고 벌어진 대한항공-현대캐피탈의 연습경기 때였다.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의 요청으로 대한항공 훈련장을 찾은 김호철 전 국가대표 감독은 연습경기를 보던 중 “공 때리는 것이 달라졌다”며 현대캐피탈 다우디(25)의 변화를 대번에 알아봤다. 그는 “공을 끌고 내려오지 않고 팔을 편 채로 위에서 때린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높은 점프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던 다우디가 타법 교정을 통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부연설명도 곁들였다.

흔히들 배구선수의 팔 스윙은 야구선수의 송구동작만큼이나 교정이 어렵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몸에 익혀온 것이기에 팔 스윙과 공을 때리는 방법(미팅)은 어지간해선 손을 대려고 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 머물다가 떠날 외국인선수라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상호신뢰와 이해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다우디의 팔 동작을 수정하기로 했다. 배구 경력이 짧은 그를 더 좋은 선수로 키워 새 시즌뿐 아니라 계속 함께할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나섰다. 다행히 다우디가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다.

10월 20일 우리카드와 시즌 첫 경기에서 다우디는 새 타법의 효능을 실감하며 원맨쇼를 펼쳤다. 세터 김형진의 역결을 받는 족족 상대편 코트에 꽂았다. 엄청난 타점이었다. 김상우 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극찬했다. “그냥 높은 것이 아니라 상대의 블로킹까지 보고 있다. 백어택도 마치 전위에서처럼 코스와 블로킹을 보고 편하게 때린다”고 분석했다. 3세트 경기에서 다우디는 30득점, 공격성공률 62%를 기록했다. 31일 한국전력과 풀세트 접전을 벌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비마다 고공강타로 팀에 승점 2를 안겼다. 35득점, 공격성공률 63%였다.

다우디는 지난해 11월 요스바니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입단해 시즌 후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 새 시즌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우간다로 돌아갈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예정됐던 결혼식도 취소됐다. 예비신부와 함께 지내지 못한지도 1년 가까이 된다. 낯설고 물선 타향에서 향수병에 걸릴 법도 했다. 현대캐피탈 김성우 사무국장은 “성깔 있는 다른 외국인선수라면 벌써 난리를 쳐도 몇 번을 쳤을 텐데, 다우디나 되니까 힘든 시간을 잘 참아줬다”며 거듭 고마워했다.

다우디는 “처음 한 달간은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힘들었지만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니 어느 정도는 편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애완견과 산책하거나 온라인 한국어강의를 들으면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견뎠다. 구단을 그를 위해 서울, 제주도 등으로 여행도 보내주며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려고 했다.

고통의 시간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열심히 새 시즌을 준비해온 다우디는 이제 V리그 2년차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KB손해보험이 이번 시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1순위로 뽑은 케이타와 고공타점 대결이다. 두 선수 모두 아프리카 태생으로 타고난 점프를 자랑한다. 누가 더 높은 곳에서 때리는지를 놓고 7일 의정부에서 첫 맞대결을 펼친다. 그날 네트 위를 지배할 선수는 과연 누구일까.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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