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야구가 새겨야 할 32만8317명의 소리 없는 외침

입력 2020-11-0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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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뒤덮으며 모두가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한국야구라고 예외는 아니다. 개막조차 어려워보였던 2020시즌 KBO리그는 예정보다 한 달 이상 늦은 5월 5일 지각 개막해 정규시즌 720경기 일정을 완주했다.

전체 720경기 중 팬과 함께한 것은 143경기(19.9%)뿐이다. 초유의 무관중 개막. 선수와 감독, 관계자들 모두 “여전히 시범경기하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입장 및 식음료 등 판매수익은 ‘0’에 가까웠으니 10개 구단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개막 후 2개월 넘게 지난 7월 26일에야 야구장의 빗장이 팬들에게 열렸으나, 한 달도 지나기 전인 8월 23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의 격상으로 다시 잠겼다. 팬들은 10월 13일에야 다시 야구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나마 가을야구에선 전체 정원의 50%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흥행요소는 다분했다. 시즌 최종전에야 2위부터 5위까지 순위가 결정됐으니 막판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명실상부 최고 인기팀인 ‘엘롯기’ 중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팀은 LG 트윈스뿐이지만,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와 달리 시즌 막판까지 PS 싸움을 이어가며 불씨를 이었다. KT 위즈도 창단 첫 PS 진출에 성공하며 14년 만에 경기도 팀의 가을야구를 완성했다. 소형준(KT), 이민호, 홍창기(LG), 송명기(NC 다이노스) 등 특급신인들이 등장했고 박용택(LG), 김태균(한화 이글스) 등 전설들은 그라운드를 떠났다.

전체 관중수는 32만8317명. 지난해 728만6008명을 기록하며 ‘4년 연속 800만 관중 동원에 실패했다’고 아쉬워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이었다. 관중입장이 재개된 10월,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김만철(42) 씨는 “모두의 삶이 힘든데 야구까지 고민을 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야구만큼은 고충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코로나19로 생존의 기로에 선 가운데에도 야구장을 찾아준 30만 명 이상의 팬이 있다는 의미다. 음식도 못 먹고 육성응원도 못하지만 야구가 좋아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이들의 발걸음은 한국야구를 지탱하는 뿌리이자 원동력이다. 왁자지껄한 함성은 사라졌고, 가득 찬 객석도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듬성듬성한 관중석, 소리 없이 외친 팬들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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