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경기에서 전북이 통산 8번째이자 K리그 최초로 4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이동국이 은퇴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리그1(1부) 전북 현대의 구단주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50)은 구단의 업무보고에서 이동국(41)이 올 시즌을 끝으로 1998년부터 이어온 프로 경력을 마무리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 회장은 즉각 “직접 내려가 (은퇴를) 챙겨야겠다”며 일정 조율에 나섰다.
그렇게 정 회장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대구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전(27라운드) 현장을 찾았다. 구단주가 전북 경기를 관전한 것은 2015년 10월 FC서울-전북전 이후 2번째, 전주 홈구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편안한 캐주얼 재킷과 면바지 차림의 정 회장은 전주 인근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뒤 킥오프(오후 3시)를 20여분 남기고 경기장에 도착했다. 이후의 모습은 여느 팬들과 다르지 않았다. 영구 결번된 이동국의 등번호(20번)에 맞춰 전반 20분 진행된 2분간의 기립박수에 적극 참여했고, ‘포스트 이동국’ 조규성의 골이 터질 때면 환한 웃음을 보였다.
구단주 앞에서 전북은 이날 최고의 결실을 맺었다. 2-0 승리로 K리그 사상 첫 4연패, 최다 8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정 회장은 우승 세리머니 때 선수단에 일일이 우승 메달을 걸어줬고, 트로피를 함께 들며 우승을 자축했다.
하이라이트는 이동국의 은퇴식이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정 회장은 2009년부터 전북과 함께 해온 다둥이 아빠이자 ‘리빙 레전드’에게 신형 미니 밴을 선물했다. 이동국은 “회장님께서 ‘이제 자주 연락하자’고 하셨다. 가장 큰 선물”이라며 미소 지었다.
정 회장의 ‘전북 사랑’은 정평이 나 있다. 구단과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경기장을 많이 찾지 않을 뿐이다. 매년 연말이면 해외출장 등 특별 사안이 겹치지 않는 한 선수단을 초청해 조촐한 연회를 열고 한 시즌을 되돌아본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최신식 클럽하우스도 여기서 약속받아 건립됐다.
모기업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 선수의 마지막까지 직접 챙기는 구단주의 정성. 전북이 ‘리딩 클럽’으로 우뚝 선 이유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