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경 “19년만에 전성기…인생작 ‘운동뚱’ 덕분”

입력 2020-11-1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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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민경은 최근 디지털 콘텐츠 ‘오늘부터 운동뚱’에 이어 tvN 예능프로그램 ‘나는 살아있다’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성기라는 시선에 “과분한 칭찬”이라며 수줍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제공|JDB엔터테인먼트

화장품 광고부터 패션화보까지 섭렵…‘대세 개그우먼’ 김민경

‘운동 도전한다’는 댓글 가장 기뻐
인기 좋지만 선한 영향력 더 뿌듯
긴 무명생활 전유성 선배님 큰 힘
결혼? ‘운명의 짝’ 기다리고 있죠
“나이 마흔에 ‘터진다’더니, 정말 사주팔자처럼 됐지 뭐예요.”

개그우먼 김민경은 꽤나 오랫동안 마흔 살이 되기를 기다려왔다. 호기심에 이끌려 지인들과 찾아간 역술인마다 “나이 앞자리가 4로 바뀌는 순간 잘 된다”는 예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흘려들었던 말이 어딜 가도 되풀이되니, 어느 순간부터인지 “정말 달라질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맞이한 40세. 우연인지 운명인지, 올해 초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연출자인 이영식 PD로부터 “운동하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묘한 제안을 받았다. 먹지도, 웃기지도 않는다니 터무니없었지만, “‘맛있는 녀석들’ 팀에 보답하자”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그렇게 ‘인생작’인 디지털 콘텐츠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운동뚱)이 탄생했다. 2월 시작해 유튜브로 내놓는 영상마다 100만 조회수를 거뜬히 넘고, ‘열혈 팬’을 자처하는 구독자도 100만명까지 불어났다. 화장품 광고에, “감히 꿈도 못 꾼” 패션잡지 화보까지 줄줄이 찍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사는 기분”이라며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높아진 수익보다 ‘선한 영향력’ 뿌듯해”
김민경은 ‘운동뚱’으로 맞은 가장 큰 변화가 “‘멋있다’ ‘예쁘다’ ‘건강하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통통한 체격과 잘 먹는 캐릭터로만 인식됐던 이전엔 “‘운동천재’란 별명을 얻을 날이 올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개그우먼 김민경. 사진제공|JDB엔터테인먼트



“부제가 ‘시켜서 한다!’잖아요. 사실 운동을 싫어해 처음엔 정말 도망가고만 싶었어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웨이트 트레이닝, 필라테스, 골프, 야구 등 배우는 종목마다 매력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운동 잘 한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으니 자존감도 쭉쭉 올라갔죠. 몰랐던 ‘나’를 발견해가는 기분이랄까요.”
전 프로골퍼 김미현, 야구스타 양준혁 등 만나는 ‘스승’들마다 “대회 나가자”며 욕심을 낼 만큼 뛰어난 운동신경이 ‘반전’이었다. 내친김에 tvN 예능프로그램 ‘나는 살아있다’로 강인한 이미지를 더욱 굳히고 있다. 스스로도 “이제 못 할 건 없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다양한 활동으로 인기와 수입이 늘어난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해요. 요즘 ‘언니·누나를 보고 운동 시작했어요’라는 시청자 댓글을 정말 많이 받아요. 누군가가 나로 인해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는 게 제일 뿌듯하죠. 저도 그런 응원에 희열을 느끼며 위로와 공감을 얻고 있답니다.”

“다시 태어나도 ‘멀리 천천히’ 걸어갈래”
21살 무렵, 대구에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오면서는 “지금처럼 잘 될 줄은 까맣게 몰랐”다. 7년 동안 번번이 개그맨 공채 시험에 낙방하면서 ‘이만 꿈을 단념하자’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럴 때마다 그를 잡은 건 ‘대선배’ 전유성의 한 마디였다.

“돈도, 재능도 없다면서 힘들어 할 때였어요. 전유성 선생님이 하루는 ‘너 정말 개그맨 하고 싶어? 그럼 끈 놓지 말고 붙잡고 있어. 그럼 뭐라도 돼’라고 하시는 거예요. 이후로는 그 말만 악착같이 믿었어요. 제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신기하게 하나씩 기회가 오고, 문득 뒤돌아보니 점차 내 길이 만들어져가고 있더라고요.”

개그우먼 김민경. 사진제공|JDB엔터테인먼트



그렇게 데뷔 이후 8년여 동안 코미디 무대에 전념했다. 비교적 빨리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 출연 대신 “멀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셈이다. 그는 “다시 돌아가도 똑같을 것”이라며 웃었다.

“마흔 살이 되어서야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물론 그 사이 힘든 순간도 많았죠. 하지만 한 순간도 헛되지 않았다고 여겨요. 조금 돌아가는 길이긴 했지만, 많은 가치와 사람들을 얻었거든요. 아마 더 빨리 걸어왔다면 놓친 게 너무 많았을 거예요.”
김민경에게 이제 한 달여 남은 올해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전보다 더 많이 좋아한” 시간이 됐다. 내년 목표도 벌써 정해놨다. “딱 올해만 같아라!”이다.

“정말 큰 사랑을 받았죠. 이걸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조차 과욕이란 걸 잘 알아요. 매일 노력해야죠. 부단히 움직일 겁니다. 결혼은 안 하냐고요? 아직 사랑을 믿어요. 언젠간 운명의 짝이 ‘뿅’하고 나타나겠죠. 이왕 오래 기다린 것, 좋은 사람 나타날 때까지 한 번 기다려보려고요. 하하하!”

김민경 프로필

▲ 1981년 9월11일생
▲ 2001년 극단 코미디시장 입단
▲ 2008년 KBS 23기 공채 개그맨·KBS 2TV ‘개그콘서트’
▲ 2013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우수상(개그콘서트-뿜엔터테인먼트)
▲ 2015년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개그콘서트-301호 302호)
▲ 2020년 올해의 브랜드 대상 개그우먼 부문(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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