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지난주 단행된 V리그 빅딜 2건의 이면

입력 2020-11-16 0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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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 2020~2021시즌 V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향후 리그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대형 트레이드가 2건이나 단행됐다. 10일 삼성화재에 ‘김인혁+안우재(국군체육부대서 22일 전역)+정승현’을 내주고 ‘김광국+트레이드 머니’를 받은 트레이드는 예고편이었다. 13일 한국전력은 현대캐피탈에 ‘김명관+이승준+신인지명권’을 건네고 ‘신영석+황동일+김지한(현재 국군체육부대 소속)’을 받는 3대3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2건의 트레이드로 한국전력은 꿈꿔왔던 센터를 보강하고 세터의 경험치를 높였다. 잠재력이 큰 2년차 세터 김명관을 넘겨줬지만, 2~3년 후 프로에 뛰어들 대학교 세터 자원까지 고려해 결단을 내렸다. 커다란 도박을 택한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아끼던 선수들과 헤어져 아쉬움도 크지만 우리 팀의 약점을 메워줄 좋은 선수들을 얻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앞으로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8월 KOVO컵 우승에 가려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국전력은 팀의 중심이 허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센터의 공격능력과 블로킹이 상대팀을 위협하지 못했고, 들쑥날쑥한 세터 김명관이 긴 시즌을 홀로 꾸려가기에는 위험부담이 적잖았다. 결국 새 시즌에 돌입하자 연패에 빠졌다. 이런 문제점을 걱정했던 장 감독은 변화를 원했지만, 구단 내부를 설득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더라도 한국전력이 용감한 결정을 한 것은 맞다. 특히 삼성화재와 트레이드보다는 현대캐피탈과 트레이드에 더 많은 설득과정이 필요했다. 장 감독은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윈 나우’를 택했다. 이 판단에 구단이 힘을 실어주면서 트레이드는 성사됐다.

한국전력과 삼성화재는 9일 남자부 사무국장 모임 때 이적합의서를 교환했다.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은 11일과 12일 각각 경기가 있어 발표시점을 13일로 잡았다.

먼저 변화를 알아차린 선수도 있었다. 신영석은 한국전력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광국으로부터 귀띔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는 우리캐피탈 시절 동료였다. 신영석은 11일 대한항공전이 현대캐피탈 소속으로는 마지막 경기임을 직감하고도 표정에 나타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12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으로부터 정식으로 트레이드를 통보받고는 담담히 짐을 쌌다.

우리캐피탈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6번째 새 유니폼을 입게 된 황동일은 눈물어린 작별을 했다. “배구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팀에서 좋은 기억만 안고 간다”는 그의 말에 동료들도 울었다.

사실 가장 과감한 팀은 현대캐피탈이다. 현재의 멤버 구성이면 어떻게든 ‘봄 배구’는 보장되겠지만, 미래의 더 큰 꿈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팀의 중요한 자산을 이용해 퍼즐을 맞춰갔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세터 이승원과 김형진을 바꾼 것이 출발이었다. 이후 김재휘를 주고 KB손해보험에서 신인지명권을 받아 전체 1순위로 김선호를 보강했다.



화룡점정이 신영석의 이적이다. 현재 V리그 최고의 센터를 내주면 당장은 힘들겠지만 미래를 위해선 아픔을 감수하겠다는 최 감독의 결단을 믿어준 구단이었기에 가능했다. 팀을 상징하는 선수이자 주장의 트레이드를 보고했을 때 구단주의 대답은 “감독의 결정을 믿는다”였다.

큰 나무가 사라져야 그 자리에서 새 싹이 돋고 성장한다. 현대캐피탈은 당분간 쏟아질 팬들의 비난까지 감수해가며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그 배짱과 비전이 두려울 정도다. 여자부의 인기에 치이던 남자부도 이제 팬들의 관심을 끌 뉴스를 생산해냈다. 좋은 조짐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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