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승리호’마저 극장 아닌 넷플릭스로

입력 2020-11-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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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개봉일을 여러 차례 미룬 영화 ‘승리호’가 결국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서 동시에 공개하기로 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코로나19 확산에 기대작들 판로 변경…OTT 종속화 갈수록 심화

코로나19로 극장관객 70%나 줄어
240억 제작비 회수 위한 고육지책
넷플릭스 “190개국 31개 언어 공개”
대작에 기대 걸었던 극장가 실망감
올해 겨울시즌 극장가의 최대 기대작으로 꼽혀온 영화 ‘승리호’가 결국 넷플릭스로 향한다. 200억원대 제작 규모의 한국 블록버스터영화 첫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직행’이다. 감염병 사태로 인해 제작비 회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나온 제작진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향후 영화계 안팎에 상당한 파장과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극장만으로는…”
넷플릭스는 “영화 ‘승리호’를 190여개국에서 동시 공개한다”고 20일 밝혔다. 정확한 일정은 추후 밝힌다. ‘승리호’의 넷플릭스행이 이미 영화계 내부에는 기정사실처럼 알려진 상황이어서 제작진과 관련 논의가 마무리된 시점에 공개 방침을 먼저 알린 것으로 보인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240억원의 제작비로 한국영화 첫 우주 SF영화를 표방해왔다. 송중기·김태리·유해진 등 톱스타급 배우들을 내세웠다. 여기에 스크린을 대규모 확보해 흥행 가능성을 더욱 키우는 ‘텐트폴’ 영화로도 인식돼 왔다.

하지만 제작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여름→추석→12월로 개봉을 미룬 뒤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택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올해 관객이 무려 70%나 줄어든 상황에서 극장 상영 중심의 기존 방식으로는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결정의 우선 배경으로 밝혔다. 이어 “시리즈,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확장, 기존 콘텐츠 유통 환경과 디지털의 허물어지는 경계, 글로벌 시장의 높은 성공 가능성 기반 조성”도 이유로 덧붙였다.

“넷플릭스, 비용 줄이며 콘텐츠 장악?”

극장가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승리호’가 거대 규모와 톱스타들의 등장 등에 힘입어 극장가에 그나마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22일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1.5단계로 상향 조정됐고, 코로나19 확진자가 18일 이후 닷새째 300명대에 달하면서 관객 발걸음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승리호’ 등 대작에 기대를 걸어왔지만 12월 상황을 쉽게 내다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승리호’는 물론 4월 ‘사냥의 시간’, 12월 ‘콜’, 내년 1월 ‘차인표’ 등 한국영화의 잇단 넷플릭스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적지 않은 다른 제작진도 넷플릭스 등 OTT를 영화의 공개 무대로 삼기 위해 검토 중이다. 제작비 회수는 물론 제작 수수료 등 ‘+α’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이 넘쳐나면서 OTT들이 ‘+α’를 점점 낮추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영화 관계자는 “흐름이 계속된다면 오로지 제작비를 돌려받기 위해 안정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례가 이어질 것이다”면서 “콘텐츠의 OTT 종속 심화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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