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 눈 질끈 감고 심호흡하는 배짱…NC 송명기는 이런 강심장

입력 2020-11-23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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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송명기. 스포츠동아DB

2000년대생 최초의 포스트시즌(PS) 승리투수. 송명기(20·NC 다이노스)가 쓴 역사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매력은 승부처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주도한 점이다. 그의 짙은 심호흡 한 번은 이번 가을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송명기는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 4차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2안타 2볼넷 4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팀의 3-0 승리로 선발승의 영예까지 안았다. 역대 PS에서 만 20세 이하 투수의 승리로는 12번째, 최연소 기준으로는 역대 6위다.

KS 무대는 그 자체로 중압감이 상당하다. 여기에 NC는 3차전까지 1승2패로 몰려있었다. 마운드에 서는 것만으로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송명기는 이를 가뿐히 이겨냈다. 이동욱 NC 감독도 “스무 살이 아닌 베테랑급의 투구였다. 정규시즌 후반기 때 그랬듯 이번에도 (송)명기가 우리 팀의 연패를 끊어줬다”고 칭찬했다.

인상적 장면은 5회말이었다. 0-0으로 맞선 5회말 두산 선두타자 김재호 타석. 앞선 2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내줬기 때문에 송명기로선 반드시 잡아내고 싶은 타자였다. 와인드업 도중 인터벌을 길게 끌자 베테랑 김재호가 타임을 불렀다. 투구동작에 들어갔던 송명기는 이내 발을 풀었고, 구심도 미안하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그러자 송명기는 그대로 눈을 감은 채 길게 심호흡했다. 베테랑이 흐름을 자신 쪽으로 가져오려는 시도를 하자 이를 용납하지 않은 셈이다. 비록 좌익수 이명기의 아쉬운 수비 탓에 2루타를 허용했지만, 후속타자들을 깔끔하게 처리하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송명기는 경기 후 “타이밍을 뺏기지 않으려고 길게 심호흡했다”고 설명했다. 여느 베테랑 못지않은 노련한 모습이었다. 이 감독의 칭찬이 결코 헛되지 않은 이유다. 송명기는 “최대한 후회가 남지 않게 자신 있게 던진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돌아봤다.

어린 시절 KS가 열리는 문학구장을 직접 찾아 ‘직관’하며 꿈을 키웠던 소년은 이제 그 무대를 뛰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단지 마운드에 오른 것만이 아니라, 눈부신 호투로 시리즈의 흐름까지 바꿔놓았다. 컨디션과 구위에는 기복이 있겠지만 이런 배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NC, 그리고 한국야구가 올해 큰 열매를 수확했다는 사실을 올 가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배짱투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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