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제주 유나이티드 신임 단장.
하지만 그들만의 힘으로 정상에 오른 건 아니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탠다. 바로 구단 직원(프런트)이다. 프런트의 역할은 결코 간단치 않다. 선수단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도 프런트 덕분이다. 그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야하는 이유다.
이번 시즌 K리그2(2부) 우승은 제주 유나이티드가 차지했다. 강등 1년 만에 다시 1부 무대에 오른다. 말이야 쉽지 실제 우승까지는 피를 말렸다. 남기일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능력과 끊임없는 노력은 우승할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아울러 프런트의 노력도 무시 못 한다. 그 중에서도 김현희 단장(45)이 단연 눈에 띈다.
김 단장은 올해 1월 취임했다. 그는 부산 아이파크~대구FC~울산 현대를 거치며 매니저, 홍보마케팅팀장, 사무국장 등 구단 운영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축구 행정가다. 강등한 제주가 혁신의 일환으로 영입한 인물이 바로 김 단장이다.
김 단장은 승격의 원동력으로 ‘선수 구성’과 ‘감독 능력’, 그리고 ‘구단과 현장의 조화’를 꼽았다. 그는 “기존 선수와 새로 들어온 선수가 요소요소에 잘 배치돼 꽤 괜찮은 스쿼드를 구성했다”면서 “이런 선수 구성을 남기일 감독이 잘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팀이 잘되기 위해선 구단과 현장이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고 있는데, 우리는 현장과 소통이 참 잘 됐다. 현장과 적극 소통하는 게 내 역할이다. 서로 양보하면서 한 시즌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특히 김 단장은 3번이나 승격에 성공한 남 감독의 소통 능력을 치켜세웠다. 그는 “남 감독은 자기 축구에 대한 철학이 뚜렷하다. 어떻게든 스리 백으로 매력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생각이다”면서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고집이 센 건 아니다. 꽤 유연하다. 구단과 소통도 잘 했다”고 전했다. 현장을 이끄는 남 감독과 행정을 책임지는 한중길 대표이사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했다는 김 단장은 “우리는 1주일에 한번 티타임을 가지면서 구단의 현안들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서로 신뢰가 쌓였다”고 자랑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시즌 초반 3라운드까지 무승(1무2패)을 하면서 분위기가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김 단장은 “그 때 남 감독이 굉장히 힘들어했다”면서 “커피숍에서 3시간 넘게 얘기를 나누었는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게 결론이었다. 다행히 4라운드부터 잘 풀렸다”고 회상했다.
김 단장은 구단주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에게 감사를 전했다. 제주는 2부로 떨어진 뒤에도 예산을 줄이지 않았다. 1부 복귀를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게 승격의 디딤돌이었다. 또 최 회장은 지난달 수원FC와 홈경기를 보기 위해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을 직접 찾았다. 당초 관람 여부가 불확실했고, 또 선수단에 부담을 줄까봐 알리지도 않았다. 결과론이지만 최 회장의 방문은 선수단에 큰 힘이 됐다. 제주는 정상을 다투던 수원FC를 2-0으로 물리치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김 단장은 “회장님이 기분 좋게 보고 가셨다. 경기 후엔 남 감독과 통화를 하면서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 감독과 구단 모두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제 우승의 기쁨보다는 내년을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1부는 2부와는 차원이 다르다. 좀 더 강해져야 살아남는다. 김 단장은 ‘외인 선수’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 제주의 외인 농사는 실패했다. 그는 “올해 가장 아쉬웠던 게 외국인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라면서 “내년엔 공격력 갖춘 선수 영입으로 파괴력을 높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기존 선수들을 지킨다는 원칙과 함께 같은 포지션에 여러 유형의 선수를 구성하겠다는 남 감독의 구상을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