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트로트 3파전’…“중장년층 볼거리 풍성” vs “같은 포맷·출연자 겹치기 식상”

입력 2020-12-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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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트롯신이 떴다’

지상파 ‘트로트 3파전’ 향한 시선
그야말로 ‘트로트 대격돌’이다. MBC ‘트로트의 민족’, SBS ‘트롯신이 떴다’에 이어 KBS 2TV ‘트롯전국체전’이 5일 첫 방송하면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경쟁에 합류했다. 지난해 말부터 방송가를 뒤흔든 트로트 ‘광풍(狂風)’이 지상파 채널에까지 몰아쳐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트롯전국체전’은 1회 만에 16.5%(이하 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트로트의 민족’과 ‘트롯신이 떴다’도 10%대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획일적인 포맷과 출연자 겹치기 등으로 시청자 피로도만 높인다는 비판과, 새로운 가수의 등장과 트로트 장르에 대한 대중적 호감도를 넓혔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선다.

KBS 2TV ‘트롯전국체전’



호(好)…‘언택트 연말’의 최고 대안으로
트로트에 빠진 중장년층은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부분 오프라인 콘서트가 취소돼 더욱 그렇다. 인천에 사는 이지영(62)씨도 트로트가수들의 디너쇼 티켓을 예매했다 취소한 아쉬움을 TV로 달래고 있다. 그는 “이전에는 KBS 1TV ‘가요무대’로만 트로트를 즐겼지만 이젠 예능프로그램으로도 제작되면서 즐길 거리가 많아져 좋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트로트 프로그램을 종종 챙겨본다”는 직장인 정가영(29)씨는 “오디션 포맷이 ‘문턱’을 낮춘 느낌”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7%대 시청률에 머물던 ‘트롯신이 떴다’는 9월9일 무명가수들의 오디션을 시작하면서 12%대까지 올랐다. 20세부터 49세까지 시청률도 1.7%에서 2.7%로 상승했다.

새롭게 발굴하는 가수들로 신선함을 채운다는 의견도 있다. MBC ‘트로트의 민족’ 심사위원인 이건우 작사가는 8일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많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인재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트롯전국체전’ 진해성, ‘트로트의 민족’ 김소연·안성준 등이 방송 초반부터 인기를 높이고 있다.

MBC ‘트로트의 민족’



불호(不好)…“차별화 고민 없는 게 문제”
전문가들은 제작진이 “식상하다”는 일부 시청자의 불만을 주의 깊게 돌이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세 편의 프로그램에서 차별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가수 진성과 주현미 등 출연 심사위원마저 겹치면서 과도한 쏠림현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재근 평론가도 “압도적인 트로트 수요가 시청률 상승의 요인”이라면서도 “앞으로 수요와 공급의 적정선을 유지하지 못하면 소재 자체의 인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건우 작사가는 “그동안 신인 발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새롭게 탄생한 트로트 스타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나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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