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4R 초입에 나온 외국인선수의 돌출행동, 어떻게 봐야 하나

입력 2020-12-3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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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도드람 2020~2021 V리그’ 4라운드 첫 날 외국인선수 2명이 보여주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3라운드 남자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경기 전 상까지 받은 우리카드 알렉스는 30일 KB손해보험전 3세트 타임아웃 때 “리시브에서 빠지라”는 신영철 감독의 지시에 몸을 돌렸다.

리시브를 성의 없이 받는다고 질책한 감독의 말에 감정이 폭발해 벌어진 단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선을 넘었다. V리그 3년차인 알렉스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해 그동안 몇 차례 문제가 됐다.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경기를 하는 스타일이고 책임감이 강해서 그렇지 심성은 좋은 선수”라고 하지만, 후폭풍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신 감독은 “그런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필요 없다”는 말까지 했다. 선수의 자세와 태도를 중시하는 신 감독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남은 시즌 팀 운영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여자부 IBK기업은행 라자레바는 30일 GS칼텍스전에서 고작 2득점(공격성공률 11.76%)에 그쳤다. 범실 5개에 3차례 블로킹 차단까지 당해 공격효율은 -23.53%였다. 주전 세터 조송화가 갑자기 고열증세로 출전하지 못해 2번째 세터 김하경이 출전한 탓인지, 평소 같은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3라운드 5경기에서 153득점(7블로킹 7서브), 공격성공률 46.64%를 기록해 라운드 MVP 투표 3위에 올랐다.

라자레바의 이날 부진은 단순히 세터와 호흡 때문만은 아닌 듯 보였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렇게 행동한 것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라자레바는 이번 시즌 도중 몇 차례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 때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번에는 감독의 발언으로 그것이 노출됐다.



사실 모든 팀에는 각자 내부문제와 불만이 있다. 다만 우승과 더불어 시즌을 무사히 마쳐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기에 서로 참고 견딜 뿐이다. 아쉽게도 이번 시즌에는 각 팀의 불협화음이 과거와 달리 자주 드러나고 있다. V리그 구성원들의 인내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인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쉬운 환경 탓인지, 그도 아니면 배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변의 관심 또한 커져서인지 궁금하다.

세상에 문제없는 조직은 없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문제를 얼마나 현명하게 수습하고, 단단한 내부결속력으로 전환하느냐는 전적으로 그 팀의 능력이다. 남은 시즌의 중요한 변수다.

안타깝게도 외국인선수와 관련한 문제는 항상 이맘때쯤이면 터져 나오곤 한다. 외국인선수의 입장에서 보면 8월에 입국해 5개월 정도 타지에서 힘겹게 버텨오다 한계에 도달할 시점이다. 연말연시라는 특수한 계절 분위기와 향수병이 겹치면 가끔은 일탈도 하고 싶을 것이다.

지금은 쉽게 다른 선수로 교체할 수 없는 때다. 더욱이 이번 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더욱 외국인선수 교체가 어렵다. 이 사실을 잘 알기에 외국인선수들이 돌출행동을 해도 구단과 감독이 대응할 방법은 많지 않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감독에게 대놓고 퇴출시켜달라고 했던 사례도 있다. 이번에는 그런 상황이 아니기를 바란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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