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투수 안 할래?” 이강철도 반한 어깨…KT 윤준혁, ‘내 것’ 찾았다

입력 2021-01-01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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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윤준혁의 강한 어깨는 투수 보는 눈이 탁월한 이강철 감독까지 매료시켰다. 하지만 윤준혁은 야수로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 입단 첫해의 시행착오는 그 촉매제가 되었다. 사진제공|KT 위즈

이강철 KT 위즈 감독(55)은 자타공인 투수 조련사다. 특히 투수코치 시절부터 완벽히 갖춰지지 않은 유망주의 틀을 다지는 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이 감독의 눈에 소속팀 야수 유망주의 어깨는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좋은 어깨는 굳이 투수가 아니어도 엄청난 재능이다. 장점을 인정받는 긍정적 자극을 얻은 윤준혁(20)은 2021년을 벼르고 있다.

윤준혁은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첫해부터 2군에서 61경기를 소화했으니 구단이 ‘꼭 키워야 할 핵심 유망주’로 분류한 셈이다. 비록 타격성적은 타율 0.200, 4홈런, 25타점으로 아직 완벽히 영글지는 않았지만 타석 밖에서의 모습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9도루를 기록한 주루 센스는 물론 수비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11월 익산 마무리캠프에서 윤준혁을 제대로 지켜본 이 감독은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이나 어깨는 확실한 강점이 있는 것 같다. 처음 보고 놀라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투수 해볼 생각 없냐’고 했는데 ‘야수로서 성공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런 기질도 좋다”고 칭찬했다. 익산에서 이강철 감독과 서용빈 2군 감독이 나란히 윤준혁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 감독은 타격훈련하는 윤준혁에게 직접 티를 올려주는 등 관심을 드러냈다.

최근 만난 윤준혁은 “이강철 감독님께서 그렇게 칭찬해주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감독님께서 ‘1군과 1군의 공은 수준이 다르다. 빠른 공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잡동작을 줄여라’고 해주셨는데 이를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KT 윤준혁이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 중이다. 최익래 기자


시즌 초반 3루수로 주로 출장했는데 막판에는 유격수도 소화했다. 구단의 기대치가 담긴 대목이다. 물론 눈에 보이는 지표는 아직 다듬을 게 많다. 윤준혁도 “못한 건 못한 거다. 핑계를 대지 않겠다. 경기 내내 투수가 아닌 내 자신과 싸우는 느낌이었다”고 복기한 뒤 “시즌 막판이 될 수록 전체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특히 수비에서 나아졌다. 수비가 좋아지니까 타석에서도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올 겨울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윤준혁이 지금도 매일 같이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다. 윤준혁은 “삼진이 너무 많았다. 아웃이 되더라도 정타로 생성된 인플레이타구를 많이 만드는 게 2021년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KT 소속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강)백호 형이 내 타격 롤 모델이다. 야구 외적인 인성 면에서는 (유)한준 선배님처럼 모두의 존경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여유가 생겼다는 스스로의 평가는 거짓이 아닌 듯했다. 팀 동료 소형준을 비롯한 동기생들의 1군 활약에 조급할 법도 하지만 시선은 미래에 맞춰져 있었다. 윤준혁은 “아무런 자극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시기가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지금처럼 묵묵히 내 것을 갈고 닦는다면 터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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