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겪지 못한 ‘처음’, LG 최동환은 이제 익숙해지려 한다

입력 2021-01-06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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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최동환. 스포츠동아DB

가진 잠재력만큼은 리그 최상위급으로 꼽혔다. 거쳤던 지도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며 끓는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발화점에 도달할 때쯤 크고 작은 바람이 불어와 열기를 식혔다. 지독히도 안 풀렸다.

만년 유망주 타이틀은 마침내 떨어졌다. 잡념과 부담을 내려놓자 오히려 가득 채워졌다. 최동환(32·LG 트윈스)에게 2020년은 기분 좋은 ‘처음’이었다.

최동환은 지난해 54경기에서 57이닝을 소화하며 4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ERA) 3.47을 기록했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단 하루도 1군 엔트리를 이탈하지 않으며 LG의 척추를 지켰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이래 경기수, 이닝, ERA 모두 커리어하이였다. 버텨서 강해진 게 아닌, 강해서 버틴 결과다. 포스트시즌 엔트리 포함은 당연했고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가을 데뷔까지 해냈다.

첫 풀타임, 첫 가을야구보다 더 큰 소득은 ‘첫 만족’이다. 최동환은 “잊을 수 없는 시즌이었다. 항상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시즌이 반복됐는데 지난해엔 목표했던 것들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며 “기술보다는 멘탈이 더 좋아졌다. 마운드에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스트라이크존만 보고 던지려 했다”고 설명했다.

낯설었던 성과와 익숙해질 차례다. 끓어오르지 못하고 식을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준 팬들의 존재는 최동환을 더욱 부채질한다. 다소 머쓱할 법한 구단 유튜브 콘텐츠 촬영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언제나 팬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2021시즌 각오에도 ‘팬’의 존재는 빠지지 않는다. 체력 안배차 휴식조에 편성됐음에도 시즌 종료 직후부터 잠실야구장에서 회복 훈련을 시작한 이유다. “팬들이 항상 과분한 사랑을 주셨는데 그동안 보답하지 못해 죄송했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올해는 마운드에서 더 자신 있고 당당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다짐이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다만 개인의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지난해 아쉬웠던 LG의 엔딩을 바꾸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LG가 그보다 높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선 최동환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동환은 낯설었던 2020년을 익숙함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 중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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