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폭염조차 부러웠던 KT 고영표·심재민, 올 가을은 동행 희망

입력 2021-01-1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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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팬들은 고영표(왼쪽)와 심재민의 전역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팬들은 물론 이강철 감독도 이들의 2021년을 향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제 기다림에 보답할 차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일반인,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는 ‘내 군 생활은 더디게 가는데 남들은 금세 전역하는 것 같다’는 시쳇말이 있다. 군 생활이 쉽지 않다는 의미가 담긴 문장이다. 하지만 KT 위즈 팬들에게 지난 2년은 결코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다. 창단 멤버 고영표(30)와 심재민(27)의 전역을 손꼽아 기다렸기 때문이다.

“야구장에서 느끼는 바람, 햇살까지 소중하네요”

고영표는 2017년부터 2년간 매해 140이닝 이상씩 소화하는 등 암흑기 시절 KT 토종 에이스로 군림했다. 심재민 역시 2015년부터 4시즌간 217경기에서 226.1이닝을 책임졌다. 같은 기간 팀 내 구원투수 중 최다이닝 및 최다등판이었다. 이들은 나란히 2018시즌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팀을 떠났다. 그 사이 KT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랑 (심)재민이가 도대체 언제 올까 싶었는데 어느새 전역을 했다”며 이들을 반겼다. 선발 경력이 있는 고영표는 물론 심재민도 잠재적 5선발 후보군으로 생각 중이다. 이들은 최근 수원KT위즈파크에 꾸준히 출근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 동료들과 함께 운동하는 표정이 밝게만 보인다.

고영표(이하 고) : “즐겁고 행복하다. 아무리 군 복무를 하면서 몸을 잘 만들었다고 해도 구단에서 동료들과 함께하는 거랑 차원이 다르다. 주위에서 ‘몸을 잘 만들어왔다’고 하지만 아직까진 부족한 느낌이다.”

심재민(이하 심) : “지난해 9월 소집해제 후 곧바로 익산에 합류해 몸을 만들었다. 당시 빨리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해 나도 모르게 오버페이스를 한 것 같다. 때문에 고관절 통증이 한 번 왔고 결국 1군에 올라가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났다. 서두르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난해 얻은 교훈으로 올해 각오도 새롭게 다질 수 있었다.”

고 : “확실히 동료들과 함께 하니까 동기부여도 된다. 뛰고, 던지는 건 물론 선선한 바람이나 따스한 햇볕까지 모든 게 소중하게 느껴진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다. 역시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중이다(웃음).”

심 : “지난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때 ‘폭염으로 선수들이 힘들다’는 기사를 봤다. 실제로 몇몇 선수들은 열사병으로 고생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폭염조차 부러웠다(웃음).”

고영표와 심재민이 지난해 11월 익산에서 열린 마무리캠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KT는 이제 강팀” 지켜보며 느낀 아쉬움을 달랠 때


- 둘 모두 지난해 인터뷰에서 ‘TV로 KT 경기를 매번 챙겨봤다’고 했다. 포스트시즌(PS)도 봤나?


고 : “당연하다. ‘내가 왜 저 순간에 함께 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쉬웠던 만큼 열심히 응원했다.”

심 : “성적이나 결과를 떠나서 가을의 무대에 등판하는 자체가 부러웠다. 나 역시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만 봐도 선수들이 정말 잘하더라. 내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웃음). 든든한 동료들의 힘을 받아 가을 무대를 경험하고 싶다.”

고 : “앞장 설 생각을 해야 한다(웃음). PS에 갔다는 자체가 KT는 확실히 강팀이 된 것이다. 그 강한 팀의 일원이 아니었던 건 아쉽지만, 자부심이나 자긍심이 들었다. 항상 올려만 보던 팀들과 나란히 경쟁했던 거니까.”

심 : “TV로만 봤는데 확실히 1차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이 긴장한 기색이 보였다. 하지만 갈수록 나아지더라. 신기했다.”

고 : “(소)형준이나 (강)백호 등 후배들은 PS 경험만큼은 우리보다 선배다. PS만의 긴장감은 결코 보는 것만으로는 와닿지 않을 것이다. 먼저 맛본 동료들은 다음에 또 한번 PS를 갔을 때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것도 부럽다.”


- 입대도, 기다림도 언제나 ‘함께’였지만 이제는 잠재적 5선발 경쟁자다.

심 : “사실 입대 전부터 ‘잠재적 선발후보’라는 얘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선발 자리를 꿰차진 못했다. 내가 그 기회를 번번이 잡지 못했던 것이다. 선발, 불펜, 마무리 투수 등 어떤 보직을 맡겨주시더라도 소화할 자신은 있다. 불펜이 익숙하긴 하지만 선발로서 갖춰야 할 체력, 제구, 템포도 자신 있다.”


고 : “입대했을 때도 많은 팬들이 기다려주셨던 건 선발로 뛰면서 보여줬던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가치가 올랐다. 다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설령 시즌을 선발로 시작하더라도 언제든 불펜으로 보직이 바뀔 수 있다. 일단 보직을 떠나 긴 이닝을 소화하는 몸 상태를 만들 것이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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