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여배우 셋이서, 이글이글 에너지 불태웠죠”

입력 2021-01-2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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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봉작 ‘세자매’의 주연 문소리. 제작자이기도 한 그는 1999년 데뷔작 ‘박하사탕’의 이창동 감독에게서 들은 “영화는 다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는 말을 되새겼다. ㅍ

영화 ‘세자매’ 문소리, 김선영·장윤주와 함께 한 스토리

“김선영 연기 파워 ‘지하 암반수’
장윤주 맨발로 덤비듯 뛰어들어
폭력 가정서 자란 세자매 이야기
여성배우들이 일궈낸 값진 작품”
“여자 배우들이 붙어가지고 이글이글하게 연기하고 이런 거 개인적으로도 보고 싶었는데 그런 게 잘 없잖아.”

배우 문소리(47)는 최근 내놓은 책 ‘세자매 이야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세자매’(제작 영화사 업)의 시나리오와 제작현장 풍경 등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 연출자 이승원 감독과 함께 펴낸 책에서 그는 “이글이글이라는 게 폼 잡고 이글이글 이런 거 말고 연기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런 거”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18일 첫 시사회로 공개한 ‘세자매’는 이글이글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문소리는 김선영, 장윤주와 함께 폭력적 가부장의 아버지에게서 자라난 세 자매의 이야기를 이끈다.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결코 평화로울 수 없는 내면에 시달리며 이를 신앙에 의존해 견뎌내려 이중적 면모를 감추고 살아가는 둘째 딸이 그의 몫이다.

그러는 동안 그는 어린 시절을 돌이켰다. 아버지는 “여자가 안경을 쓴 것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고, 여자는 발뒤꿈치를 들고 걸으라고 말씀하셨을 정도”였다는 가부장적 권위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는 집안 설거지를 도맡아 하시고 재활용 분리수거나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등을 모두 남자들의 몫이라 하신다”고 문소리는 말했다.

“놀라운 변화”라고 했다. 이어 “손녀가 태어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거나 하는 문제에 민감하게 생각하신다”고 덧붙였다. 영화사를 이끌며 ‘세자매’의 공동제작으로도 참여한 그에게 영화는 그만큼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한 무대가 됐다.

배우 문소리.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영화사는 남편인 ‘1987’의 장준환 감독과 함께 설립해 자신의 딸 이름(연두)을 내걸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앞으로도 영화를 계속 만들어야 하니까”라는 짧은 답변으로 제작자로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또 이어가야 할 영화 작업의 길 위에는 동료들이 있다.

‘세자매’의 언니 김선영과 동생 장윤주에게서도 힘을 얻었다. 문소리는 “지하 몇 백미터 아래에서 바위를 뚫고 분출하는 듯한 김선영의 연기 파워에 마음이 뻥 뚫려 그를 ‘지하암반수’로 불렀다”고 말했다. 특히 김선영은 남편 이승원 감독과 “두려움 없이 작품과 이야기에 관해 격론하더라”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대화가 부담스러워 화들짝 놀라 서로 시간을 두는” 자신 부부와도 달랐다고 웃으며 귀띔했다. 장윤주는 “한 번 덤비면 조절이 안 될 정도로 맨발로 덤비듯 뛰어들어 놀라움”을 안겼다고 가리켰다.

이들은 극중 어린시절 가슴 깊숙이 파고 들어찬 아픈 생채기를 안고 살아가는 딸들. 이를 넘어 당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세상이 안겨준 상처를 보듬으며 끝내 그로부터 헤어나려 애쓴다. 그때 터져 나오는 객석의 탄성과 눈물은 치유의 공감이기도 하다. 문소리는 “정말 배우들이 내면의 에너지로 호흡했다. 반가운 이야기였다”면서 “여성배우들로서 일궈낸 흔치 않은, 귀한 작품”이라 자부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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