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감독~교수~전무, 박경훈의 화려한 변신

입력 2021-01-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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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에 내정된 박경훈 전주대학교 교수(60)는 1980년대를 풍미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청구고~한양대를 거쳐 1984년 포항제철에 입단한 그는 포항의 3차례 리그 우승(1986년·1988년·1992년)에 큰 힘을 보탰다. 또 포항에서만 9시즌 동안 134경기를 뛴 레전드다. 태극마크를 달고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A매치 93경기를 소화했다. 포지션은 풀백이었는데, 특히 오버래핑에 탁월한 수비수였다.

은퇴 이후엔 전남 드래곤즈와 부산 아이파크에서 코치를 한 뒤 2007년 국내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의 벤치를 지켰다. 지도자로 꽃을 피운 건 제주 유나이티드에서다. 지휘봉을 잡은 첫 해인 2010시즌 준우승을 거둬 주목을 받았고, 2014년까지 5년간 제주를 이끌었다.

학문에 대한 열망도 컸다. 2008년부터 전주대학교 체육학부 교수로 임용돼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학교의 배려로 휴직 상태에서 프로 팀을 맡는 등 이론과 현장을 두루 경험한 학자이자 지도자다. 2017년 성남FC 감독을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났다.

그가 또 한번 변신했다. 이번엔 행정가다. 지난해 말 홍명보 전무이사가 울산 현대 사령탑으로 옮기면서 공석이 된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전무는 축구협회 행정을 총괄하는 막중한 위치인데, 27일 대의원총회 승인을 거쳐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축구협회는 박 전무가 선수와 지도자, 교수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축구를 입체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합리적인 성격과 유연한 소통 능력 등 협회 안팎의 업무를 조율해야 할 전무이사로서 필요한 자질을 두루 갖췄다. 축구협회의 주요 정책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무는 교수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는 “정년이 5년 남았지만 사직서를 내기로 했다”면서 “그동안 학교의 배려로 3번이나 휴직했는데, 이번마저 그렇게 할 수 없다. 축구협회 전무 역할에만 집중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 회장과 직접 만났다는 박 전무는 “3선을 하신 회장님이 그동안 상당한 고민을 하셨다고 했다. 마지막 임기에 소명 의식을 갖고 계셨다”면서 “회장님께서 한국축구를 위해 봉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며 웃었다.

축구행정은 처음이다. 환갑의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됐다. 박 전무는 “처음 교수로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구체적인 건 모른다”면서 “빨리 업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축구협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순조롭게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박 전무는 “여자축구와 유소년, 생활체육 등에 관심이 많다”면서 “세계축구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국축구도 거기에 발맞출 수 있도록 역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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