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양창섭. 동아일보DB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입단 첫해 19경기(17선발)에 등판해 7승6패, 평균자책점(ERA) 5.05의 성적을 거뒀다.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기도 했지만, 당시 리그를 지배하던 ‘타고투저’의 흐름과 데뷔 시즌임을 고려하면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상이었다. 자연스레 2019시즌에도 선발진의 한 축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불운이 찾아왔다. 2019년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팔꿈치에 이상을 느꼈고, 끝내 수술대에 올랐다. 순조로운 듯했던 재활도 생각보다 길어져 지난해 10월에야 그토록 고대하던 1군 마운드를 다시 밟을 수 있었다. 이두근, 허리 등의 부위에 잔부상이 겹쳐 실전감각 향상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허삼영 감독을 비롯한 삼성 코칭스태프는 양창섭이 지난해 5월 31일 퓨처스(2군)리그 첫 실전등판을 가진 뒤에도 확실히 감각이 올라올 때까지 호출하지 않았다. 2020시즌 막판에야 1군에 부르며 “본인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야 2021시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1군 성적은 7경기에서 승패 없이 ERA 2.70(6.2이닝 2자책점)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몸 상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무리캠프를 완주했고, 최근에도 경산볼파크에 출근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일 전화통화에서 그는 “몸 상태는 좋다. 최근에도 꾸준히 운동하며 순조롭게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2021시즌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삼성은 2020시즌을 통해 선발진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팀 선발진 ERA 3위(4.33)였다. 전력유출도 없다. 외국인 원투펀치 데이비드 뷰캐넌-벤 라이블리가 모두 잔류했고, 10승 투수로 올라선 최채흥과 원태인은 3·4선발로 기대를 모은다. 베테랑 백정현, 2년차 허윤동 등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자원은 풍부하다. 양창섭도 선발 후보 중 한 명이다.
삼성 정현욱 투수코치 역시 양창섭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 코치는 “양창섭은 오랫동안 재활하고 돌아왔다. 2020시즌 막판 1군 마운드에 오르며 실전감각을 끌어올렸고, 마무리캠프 때는 밸런스를 잡는 데 주력했다”며 “능력이 있는 선수다. 아프지만 않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아직 젊지만 경기운영능력이 뛰어나고 배짱도 있기에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