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마지막 승부 준비하는 ‘태양의 아들’ 이근호

입력 2021-01-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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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이근호. 사진제공|대구FC

대구FC 공격수 이근호(36)의 프로필은 장문에 가깝다. 유니폼을 달리한 프로 팀만 10개다. 그 중 2개 구단은 2번씩 몸을 담았으니, 모두 12번에 걸쳐 둥지를 튼 셈이다. 거기엔 프로 18년차 이근호의 산전수전 축구인생이 녹아 있다.

부평고를 졸업한 이근호는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데뷔전을 가진 2005년과 2006년 두 시즌 동안 출전한 횟수는 고작 8경기다. 득점이나 도움은 없었다. 그저 프로 유니폼을 입은 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근호가 존재감을 드러낸 곳은 2007년 이적한 대구FC다. 거기서 2시즌 동안 59경기 출전에 23골을 넣었다.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꽃을 피웠다. 그 덕분에 기대했던 소식이 잇따라 들려왔다.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태극마크를 달았고, 일본 무대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2009년부터 3년간 J리그에서 뛰었다.

입대 문제로 국내에 복귀한 뒤부터 이근호의 존재감은 부각되지 않았다. 울산~상주~전북~제주~강원~울산과 엘 자이시(카타르) 등을 거쳤지만 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최근 3년간 뛴 울산에서도 부진했다. 2018시즌 4골, 2019시즌 2골, 지난 시즌 0골이었다. 뚜렷한 하향세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뛰며 울산 우승에 힘을 보탠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근호가 다시 대구 유니폼을 입었다. 1년간 임대된 그는 축구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대구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근호는 대구가 창단 10주년을 맞은 2012년 팬 투표로 ‘역대 베스트 11’을 선정했을 때 공격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대구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당시 대구 팬들은 이근호에게 구단 엠블럼 속 태양을 착안해 ‘태양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19일부터 남해 캠프에 합류한 이근호는 “대구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고마운 팀”이라면서 “반겨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고, 또 책임감이 생긴다”며 입단 소감을 밝혔다. 13년 만에 찾은 대구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인프라도 좋아졌고, K리그 내 위상도 높아졌다. 이근호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며 웃었다.

이근호 영입에 조광래 사장의 역할이 컸다. 이근호는 “사실 대구 입단은 기대를 안했다. 팀의 방향성이 젊은 선수 육성이어서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장님과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으로 받아주셨다”며 감사를 전했다.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이근호를 지도했던 조광래 사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근호는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잘 하고 싶어 우리 팀에 왔다”면서 “기술 좋고, 경험 풍부하고, 그리고 워낙 성실한 선수다. 충분히 쓸 수 있는 자원”이라고 장담했다.

이근호는 큰 욕심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부상 없이 한 시즌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넨 “마지막에 웃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는 그의 진지한 코멘트가 오랫동안 귓전에 맴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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