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우리카드가 분노한 진짜 이유와 로컬 룰이라는 애물단지

입력 2021-01-26 17:2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20-2021 도드람 V리그‘ 서울 우리카드와 수원 한국전력의 남자부 경기가 열렸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장충|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4일 장충체육관 우리카드-한국전력 경기의 여파로 V리그 로컬 룰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1세트에 나온 여러 차례의 포지션폴트 관련 판정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리카드는 25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심판의 포지션폴트 오 판정에 대한 조치 및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의견요청서’라는 공문을 접수시켰다. KOVO는 26일 오전 9시부터 이 문제를 놓고 사후판독과 많은 회의를 연 끝에 우리카드와 취재진에게도 상황을 설명했다. 김건태 경기운영본부장이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등과 오랜 시간 의견을 교환한 뒤 ‘포지션폴트 규칙설명회’를 열었다.

결론적으로 현행 로컬 룰대로 하면 우리카드가 주장했던 8-8, 8-9, 13-13에서의 오심 주장은 맞았다. 우리카드는 8-8, 8-9 한국전력 러셀의 서브 때 후위 황동일과 오재성이 포지션 폴트를 했다고 판단했다. 13-13 이시몬의 서브 때 전위 황동일과 신영석의 포지션폴트도 마찬가지다. 반면 16-16 알렉스의 서브 때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면서 김 본부장은 로컬 룰과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의 차이를 들고 나왔다. V리그는 현장 감독들의 요청에 따라 2018~2019시즌부터 기존 규칙 가운데 2개 항목에 수정을 했다. 첫 번째는 더블콘택트와 캐치볼 파울의 완화였고, 두 번째는 포지션폴트의 판단 기준시점이었다. FIVB 기준으로는 심판이 포지션폴트를 판단하는 시점은 서브를 넣은 선수가 공을 때리는 순간이다. 하지만 감독들은 보다 경기를 원활하게 하고 다양한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서버가 공을 토스하는 순간으로 기준점을 바꿨다.

김 본부장은 지난 12월 감독들과 기술위원회에서 이 부분을 언급했다. “현행 규정의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시즌 도중이기에 이번 시즌은 그냥 가야하지만 국제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 지금은 시즌 도중이기에 로컬 룰대로 포지션폴트를 적용해야 옳았고, 그 기준대로라면 주심은 3번의 오심을 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황동일은 토스 때와 공을 때리는 순간의 위치가 달랐다.

사실 우리카드가 이번 판정에 민감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1라운드 OK금융그룹과 경기 5세트 때 선수교체 여부를 놓고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결국 KOVO에 항의공문을 보냈고 KOVO는 당시 결정이 오심이었다고 인정했다. 그 이후 불리한 판정이 자주 나온다고 믿는다. 게다가 이전 경기 때 우리카드의 서브 상황에서 포지션폴트를 지적받아서 더욱 주의를 기울여왔다. 그래서인지 주장 하현용은 경기 뒤 기록지에 사인하지 않았다.

배구는 경기 뒤 두 팀의 주장이 공식 기록지에 사인을 해야 한다. 결과를 인정한다는 뜻이지만 하현용은 끝내 사인을 거부했다. 그만큼 우리카드 선수들은 이날 판정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고 본다. 물론 주장 사인이 없다고 이미 치러진 경기를 무효로 하거나 재경기가 벌어질 가능성은 없지만 V리그가 쌓아올린 신뢰와 기록의 역사는 훼손됐다.

하필 KOVO는 사후판독 결과를 알려줘야 할 26일 오전에 2020~2021시즌 V리그 올스타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24일 올스타전이 열리고 27일부터 5라운가 시작되기에 4라운드 최종일인 26일이 명단을 발표할 마지막 날이지만 우리카드에게는 이 또한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생각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