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박병호-KIA 나지완-키움 서건창(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2021시즌을 맞이하는 KBO리그 구단들은 연봉 재계약 결과를 차례로 발표하고 있다. 인상의 훈풍과 삭감의 칼바람이 공존하는 겨울 속에서 눈에 띄는 선수들은 단연 예비 FA들이다.
1년 뒤 2022 FA 시장에는 박병호(35), 서건창(32·이상 키움 히어로즈), 나지완(36·KIA 타이거즈) 등 베테랑 타자들이 나올 전망이다. 2021시즌 연봉 재계약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들의 미래 FA 시장과도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FA 계약에선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원 소속팀에 보상금이 수반된다. 이 보상금은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새롭게 도입된 FA 등급제에 따라 금액은 각기 다르지만, A등급 선수라면 전년도 연봉의 최대 300%까지 보상금이 붙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구단은 예비 FA에게 미리 고액의 연봉을 안기곤 했다. 이른바 ‘FA 프리미엄’이다. 보상금을 높여 해당 선수의 타 구단 이적을 어렵게 만들고, 내부 FA 단속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올해 새로 발표된 연봉 재계약에선 이런 FA 프리미엄이 붙지 않은 선수들이 보인다. 앞서 언급한 베테랑 타자 박병호, 서건창, 나지완 등이 대표적이다.
박병호는 지난해 연봉 20억 원을 받았다. 그러나 2021시즌 새로 계약한 연봉은 15억 원이다. 무려 5억 원이 삭감됐다. 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터라 삭감을 피할 수 없었다.
서건창은 3억5000만 원에서 2억2500만 원으로 1억2500만 원이나 깎였다. 자진삭감까지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는데, 이는 역시 FA 등급제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B등급으로 분류돼 보상금 문턱이 낮아지면 FA 시장에서 전 구단을 상대로 조금 더 유연한 협상전략을 펼칠 수 있다.
나지완 역시 2억 원이 삭감된 4억 원에 올해 연봉 재계약을 마쳤다. 이미 한 차례 FA 계약을 맺었던 그는 두 번째 FA 권리 행사를 노리고 있는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 ‘FA로이드’ 효과가 절실하다.
이들 세 타자는 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올해 눈에 띄는 성적을 남겨야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팀과 개인을 위해선 다가올 FA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구겨진 자존심을 펴야 한다. 이들 모두 2021시즌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2022 FA 시장에서 이들에 대한 평가가 어떨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