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한국체육 새 100년을 열다…이기흥 회장, “분리 아닌 통합의 시대로”

입력 2021-01-2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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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사진제공|대한체육회

한국체육은 또 다른 출발선에 섰다.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전이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66)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8일 온라인 전자투표로 진행된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1974표 중 915표(득표율 46.35%)를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2016년 제40대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향후 4년간 더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아우르는 통합체육회를 이끌게 됐다.

그러나 여유가 없다. 유독 정치권의 개입이 심했던 이번 선거로 인해 체육계는 더 분열됐다. 갈라진 각자의 마음을 묶고 서로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다음달 19일 새 임기 시작에 앞서 업무에 복귀한 이 회장이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배경이다.

이 회장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스포츠 역사의 토대를 구축하겠다. 학교·생활체육 정상화와 함께 선수·동호인 구분 없이 국민 모두가 체육을 즐기는 체육복지국가로 나아갈 것”이라며 “지난 위대한 100년 역사 위에 새로운 100년을 향한 발걸음을 뗐다. 2024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과 2032서울·평양올림픽 공동 유치로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의 초석을 놓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새로운 4년의 비전
- 첫 임기는 생활·엘리트체육이 통합되고 정착하는 시간이었다. 지난 4년을 되돌려본다면?

“체육인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각 단체의 독립성 확보에 힘을 쏟았다. 온전한 통합체육회 구축과 별개로 체육회 예산 4000억 원 확충, 회원종목단체 인건비 증액, 여성우대, 체육인 안정적 일자리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또 국가대표선수촌을 진천으로 이전했고,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와 체육회 100주년 등 체육사에 길이 남을 굵직한 순간에 회장으로 함께할 수 있어 뜻 깊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당선된 것은 한국스포츠의 저력을 인정받았다는 증표다.”


- 그럼에도 아쉬움 또한 있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타격을 입었고, 체육계도 고통을 받았다. 지구촌 스포츠가 마비됐고, 도쿄올림픽은 연기됐다. 우리나라에선 체육 인권을 침해한 (성)폭력 사건으로 큰 생채기가 생겼다. 성과 뒤 어두운 단면을 불식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 선거 기간 ‘반 이기흥’과 대결구도가 이어졌다. 실제 선거 결과에서도 상대 표심이 적지 않았다.

“스포츠에 가장 중요한 정신은 결과에 대한 승복, 서로간의 존중, 배려, 협력이다. 갈등과 분열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손을 맞잡겠다. 내가 먼저 다가서 화합을 이끌겠다.”

다만 이 회장은 경쟁 후보들이 제기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후보자 이미지 실추를 위한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에 “매우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개인이 아닌 공적 사안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선거 기간 정치적 개입 우려가 존재했다. 앞으로도 체육회와 올림픽위원회(KOC) 분리 움직임이 있을 텐데.

“지금은 통합이 필요한 시기다. 체육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만 13개에 달한다. 체육정책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그래야 중복투자가 없어지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또 체육 전문가들을 통해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 국무총리실 직속 ‘국가체육위원회’ 설치로 스포츠업무를 일괄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조율하면 국민기본권에 체육이 자리 잡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한 뒤 체육인이 주체가 돼 KOC 분리를 논의해야 한다.”

새로운 100년을 향해
- 스포츠인권 존중, 안전한 환경 구축이 공약 중 하나다. 해결책이 있나?

“스포츠 폭력과 비위 재발을 막기 위해 체육인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필수다. 기존 제도에 체육인들을 맞추는 것이 아닌, 특화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올해 전남 장흥에 건립될 ‘대한민국체육인재개발원’은 체계적인 교육·연수시설이 될 것이다. 매년 11만 명 이상의 체육인이 역량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재취업 등 시너지를 얻을 것이다. 피해자 보호에도 적극 노력할 것이다. 기민한 대응과 철저한 교육, 강력한 처벌 및 제도개선을 계속 추진하겠다.”


- 중장기적 재정 확보 및 일자리 확충도 약속했다.

“전국에 1500개 팀, 2만여 명의 지도자들이 있다. 또 자격증을 가진 심판 17만 명이 있다. 체육인이 안정적으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전국 생활체육지도자 3000명이 정규직화할 법안이 만들어졌고, 일선에 적용될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곳에서 안정적이면서 사회로부터 보호받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 공부하는 운동선수, 운동하는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학교체육의 정상화가 필수다. 운동선수를 공부시키는 의미가 아니다. 체육을 타 교과보다 등한시하고 체육시수를 맞추지 않는 상황이 문제다. 일반 학생까지 운동할 수 있는, 스포츠 지도자를 최소 학생 200명당 1명꼴로 배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주말대회를 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휴식권 미보장 등의 다양한 어려움이 있다. 수업결손 최소화 유도와 함께 대회방식 개선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치열한 스포츠 외교
- 2선 회장이 아닌 IOC 위원으로 의지가 있다면?

“일단 올해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ANOC) 서울 총회와 2024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 성공 개최가 중요하다. 이런 대회를 잘 치러 남북공동올림픽 유치에 나서야 한다.”

스포츠외교 전문인력 양성도 한국체육의 과제 중 하나다. IOC 내부로 진출하는 인사들이 줄어든 것도 우리의 국제적 입지 축소에 큰 영향을 줬다. 꾸준한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단지 체육회뿐 아니라 회원종목단체에도 국제전문인력을 꾸준히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스포츠 행정기관으로 우수한 인재를 교육하고 국제기구에 파견해 실무 중심 전문가 양성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도쿄올림픽 연기로 선수단의 고통이 커진다.

“올림픽 연기라는 유례없는 사태로 허탈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단의 안전과 건강이다. 이것이 확보돼야 경기를 치른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미뤄진 올림픽이 다가오는데 흔들림 없이 아름다운 도전을 해줬으면 한다. 체육회도 면밀히 올림픽 일정과 시스템을 파악해 대회 참가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경기력 유지를 위한 종목별 훈련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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