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송 ‘3조’ vs ‘수천억’…회장님 담판이 열쇠

입력 2021-02-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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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대한상의 회장 취임 앞둔 최태원 SK그룹 회장, 배터리 소송 합의 결단 내리나

양사 합의금 규모 온도차 매우 커
SK 측 “수조 원대 합의금 어려워”
“전권 쥔 총수들이 직접 합의해야”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최종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이제 양사의 합의 여부와 합의금 규모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양사가 이미 수천억 원을 소송비용으로 쓴 상황에서 추가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며, ITC 결정으로 배임 논란에서도 벗어나게 되었기 때문에 빠른 합의가 최선의 시나리오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문제는 합의금 규모다. 현재 양사의 온도차는 매우 크다. 구체적인 액수를 밝힌 적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은 2∼3조원대의 합의금을,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 원 수준의 합의금을 제시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배터리부문 연 매출이 2조 원이 안되는 상황에서 수조 원대의 합의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측은 판결 직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실질적 판단이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합리적인 조건에서라면 언제든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휴 이후 15일 현재까지 협의를 위한 양사의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18일 열리는 한국전지산업협회 이사회에서 조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종 결정권이 없는 CEO 레벨에서는 전격적인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전권을 쥔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직접 만나 합의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3월 24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수락하며 “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취임 전 대승적인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3조 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1·2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합의가 무산될 경우 연간 43만 대 분량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들은 1∼2년 밖에 영업을 못하고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이어가려면 합의가 최선의 해결책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패소가 단기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주가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력과 사업이 이미 성장 궤도 위에 안착해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15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22%(1만2500원) 내린 28만4000원에, LG화학은 3.13%(3만원) 오른 99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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