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용. 스포츠동아DB
홈팀의 2-0 완승으로 끝난 이날 경기는 한 시즌의 출발이라는 신명나는 축제와는 거리가 있었다. 특정 선수에게 눈길이 쏠렸다. 법무법인 현(HYUN) 박지훈 변호사의 24일 폭로로 초등학교 시절 후배들에 대한 ‘성폭력 의혹’에 휩싸인 서울 베테랑 기성용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기성용은 원정 선수단과 동행했고 예상대로 선발출전했으나, 경기 후 예상되는 인터뷰 요청과 선수의 반응 등에 대해 양 팀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고민하고 상황을 조율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서울 박진섭 감독이 “(기성용이) 선발 제외 등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선수 보호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성용의 경기력도 기대이하였고, 결국 전반 36분 만에 교체됐다. 적잖은 정신적 충격에 허벅지 통증까지 겹친 그는 벤치의 사인이 나오기 전에 터치라인에서 몸을 풀던 한찬희에게 준비 신호를 보냈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은 지금의 파장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다. 최초 폭로 후 기성용 측의 반박과 피해를 주장하는 폭로자들이 후배들에 범했다는 악행의 공개, 또 다른 반박 등 진실 공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오직 서로의 말에만 의존하는 실체 없는 싸움이다.
일단 기성용은 뒤로 숨지 않았다. 전북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취재진이 요청하기 전에 먼저 공식 석상에 섰다. “숨지 않겠다. (폭로자들에게) 회유도, 협박도 한 적이 없다. 증거가 있다는데 직접 보이라. 선처는 없다. 끝까지 간다. 이미 법적 조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이어 인터뷰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자 박 변호사는 “기성용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며 증거 공개를 예고했다.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제는 적당히 덮고 끝날 상황이 아니다. 누군가 모든 것을 잃어야 할 ‘진흙탕 싸움’이 돼 버렸다. 한시라도 빨리 파문이 가라앉길 축구계는 바라지만, 한쪽이 완전히 항복하지 않는 한 요원해 보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