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수원 19세 정상빈 데뷔전·데뷔골…꿈을 이룬 K리그 데뷔전의 주인공들

입력 2021-03-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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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정상빈.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 5라운드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은 수원 삼성 공격수 정상빈(19)이다. 포항 스틸러스와 원정경기(17일)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37분 추가골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득점 장면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그는 상대 수비수와 일대일 상황에서 주춤주춤 뒷걸음질하는 수비수 다리 사이로 재치 있는 슛을 날렸고, 시야가 가렸던 골키퍼는 손을 써보지도 못한 채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2002년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범한 슈팅이었다. 경기 후 그는 “다리 사이를 보고 때렸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매탄고 출신으로 지난해 수원과 준프로 계약을 맺은 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2경기에 교체 출전했던 정상빈은 올 시즌 수원의 우선지명을 받았다.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선 기회가 없었지만 포항전 선발로 나서며 데뷔전을 치렀다. 스피드와 공간 침투능력이 뛰어나 포항의 강한 압박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게 수원 박건하 감독의 판단이었다.

‘깜짝 카드’ 정상빈은 기대대로 빨랐다. 또 경기장을 넓게 쓰며 쉼 없이 뛰었다. 지능적인 플레이도 돋보였다. 그 덕분에 데뷔전에서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생일 같은 하루를 보냈다. 그는 수원 유스 출신으로는 13번째로 프로 데뷔골을 기록했다. 올 시즌 국내 선수로는 K리그2(2부) 대전하나시티즌의 신상은에 이은 2번째 데뷔전·데뷔골이다.

데뷔전·데뷔골은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이야기다. 프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인데, 거기다 신고식 날 득점까지 기록한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게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데뷔전·데뷔골의 주인공은 모두 220명이다. 대부분 프로 경험이 있는 외국인을 제외한 국내 선수는 딱 절반인 110명인데, 한해 평균 3명 정도가 행운을 안았다.

K리그가 탄생하던 날(1983년 5월 8일) 박윤기(유공) 박창선(할렐루야) 이춘석(대우) 이길용(포항) 등 4명이 득점에 성공한 가운데 포항 최순호(1983년 5월 22일) 서울 박항서(1984년 4월 22일) 전북 김도훈(1995년 3월 25일) 수원 박건하(1996년 3월 30일) 부산 안정환(1998년 3월 21일) 울산 이천수(2002년 7월 10일) 성남 황의조(2013년 3월 3일) 등 선수시절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도 데뷔전에서 골 맛을 봤다.

출전 자체가 쉽지 않은 10대 나이로 범위를 좁히면 모두 12명이다. 정상빈 유주안 전세진(이상 수원) 김동진 이상협(이상 서울) 고민혁 안주형(이상 대전) 박규선(울산) 김관규(부산) 김대원(대구) 박상인(포항) 오봉진(제주) 등이 데뷔전·데뷔골로 슈퍼 루키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 중 최연소 기록은 2000년 3월 25일 홈에서 열린 전북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서울 김동진이다. 당시 나이는 18세 1개월 25일이다. 역대 최고령은 앞서 언급된 1983년의 박창선으로, 29세 3개월 6일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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