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맛으로 세계공략”…농심창업주 故 신춘호 회장의 경영철학

입력 2021-03-28 1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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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창업주 故 신춘호 회장.

최고의 품질과 글로벌 경쟁력 중요
창립 초기부터 연구개발 투자 강조
신라면·새우깡 등 직접 브랜딩 나서
27일 향년 92세로 별세한 농심 창업주 고 신춘호 회장의 경영철학이 주목받고 있다. 독자기술로 개발한 한국적인 맛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농심을 국내 1위 라면업체로, K푸드의 초석을 일군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서야 멀리 갈 수 있다

신 회장은 롯데 창업주인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던 신격호 회장을 대신해 국내 롯데를 이끌었다. 1965년 라면 사업 추진을 놓고 형과 갈등을 겪으면서 라면 업체 롯데공업을 설립하며 독립했다. 1978년 롯데공업의 사명을 농심으로 변경하면서 롯데와는 완전히 결별했다. 농심이라는 사명은 ‘이농심행 무불성사(以農心行 無不成事)’의 줄임말로 ‘성실과 정직으로 행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농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신 회장은 ‘스스로 서야 멀리 갈 수 있다’는 철학 아래 창립 초기부터 연구개발 부서를 따로 두고 독자적인 기술로 제품을 개발해 왔다. 평소 “연구개발 역량 경쟁에서 절대 뒤지지 말라”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것을 강조해왔다. 1965년 라면 사업에 진출하면서 “한국인에게 사랑 받는 라면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자립을 강조하고, 1971년 새우깡 개발 당시에도 “맨땅에서 시작하자니 우리 기술진이 힘들겠지만 우리 손으로 개발한 기술은 고스란히 우리의 지적재산으로 남을 것”이라며 연구자들을 독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품명 짓는 회장님’, 남다른 브랜드 감각

신 회장은 신제품에 재치있는 브랜드 색을 입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기그릇으로 유명한 지역명 ‘안성’에 제사상에 오르는 ‘탕’을 합성한 안성탕면,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조합한 짜파게티, 어린 딸의 발음에서 영감을 얻은 새우깡 등 농심의 역대 히트 작품은 모두 신 회장의 손을 거쳤다.

K라면의 간판인 신라면도 그의 작품이다. 1986년 신라면 출시 당시 발음이 편하고 소비자가 쉽게 주목할 수 있으면서 제품 속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라면을 밀어붙였다. 그는 “저의 성씨를 이용해 라면을 팔아보자는 게 아니다”며 “매우니까 간결하게 ‘매울 신(辛)’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신 회장의 마지막 작품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옥수수깡이다. 그는 “원재료를 강조한 새우깡, 감자깡, 고구마깡이 있고 이 제품도 다르지 않으니 옥수수깡이 좋겠다”고 했다.

최고의 품질로 세계 속 농심을 키워라

신 회장은 임직원에게 “거짓없는 최고의 품질로 세계속의 농심을 키워라”라는 마지막 당부의 말을 남겼다. ‘품질제일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해온 그는 마지막 업무지시로 품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짚으면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에 그치지 말고 체계적인 전략을 가지고 세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또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며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제2공장과 중국 칭다오 신공장 설립을 마무리하고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을 주문했다.


“식품도 명품만 팔리는 시대”…故 신춘호 회장의 어록

27일 별세한 신춘호 농심 회장은 ‘품질제일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농심 경영의 초석이 될 만한 발언들을 남겼다. 고 신춘호 회장의 주요 어록을 모았다.

▲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는 다른 주식이어야 하므로 값이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한다. 이런 제품이라면 우리의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범국가적인 혼분식 장려운동도 있으니 사업전망도 밝다” (1965년 창업당시 라면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 “농심 브랜드를 그대로 해외에 가져간다. 얼큰한 맛을 순화시키지도 말고 포장 디자인도 바꾸지 말자. 최고의 품질인 만큼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확보하자. 한국의 맛을 온전히 세계에 전하는 것이다” (1990년대 해외 수출 본격화 당시)

▲ “식품도 명품만 팔리는 시대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2010년 조회사)

▲ “돌이켜보면 시작부터 참 어렵게 꾸려왔다. 밀가루 반죽과 씨름하고 한여름 가마솥 옆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내 손으로 만들고 이름까지 지었으니 농심의 라면과 스낵은 다 내 자식같다” (저서 ‘철학을 가진 쟁이는 행복하다’ 중)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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