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팬심 패스트볼’까지 장착한 롯데 복덩이, 카메라 장만한 사연

입력 2021-03-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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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50㎞에 육박하는 포심패스트볼의 위력을 앞세워 지난해 KBO리그를 평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팬심(心) 패스트볼’까지 장착했다. 프로선수에게 팬심을 읽는 것은 어쩌면 포심, 투심보다 더 중요한 가치일지 모른다. 댄 스트레일리(33·롯데 자이언츠)에게 롯데 팬들은, 롯데 팬들에게 스트레일리는 결코 이방인이 아니다.

스트레일리는 지난해 31경기에서 15승4패, 평균자책점(ERA) 2.50을 기록했다. ERA는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2.14)에 이어 전체 2위였다. 여기에 194.2이닝을 소화하며 205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200탈삼진 고지를 넘어서며 타이틀을 따냈다. 시즌 후 메이저리그(ML) 진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롯데와 재계약했고, “지난해 거듭 말했듯 롯데가 정말 좋다. 결정에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역할도 ‘에이스’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올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스트레일리를 일찌감치 예고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스트레일리도 “준비는 다 끝났다. 언제든 나갈 준비가 돼있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비시즌 준비는 비단 야구에 그치지 않았다. 스트레일리는 지난해 진지한 표정의 팀 동료 김준태의 사진을 인쇄한 티셔츠를 제작했다. 동료들에게 선물하려던 의도였는데, 팬들의 성원이 빗발쳐 결국 공식상품으로 출시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딕슨 마차도, 전준우, 통역 배우현 씨 등의 티셔츠까지 제작했다. 스트레일리는 ‘올해도 새로운 상품을 기대해도 되나’라는 질문에 “어마어마한 게 곧 나온다(Big thing coming soon)”고 답했다. 팬들을 위해서다. 스트레일리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수차례 롯데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많은 팬들이 모인 상황에서 경기를 못해 아쉽다. 그럼에도 팬들의 열정은 충분히 느꼈다.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경험이었다. 팬들이 얼마나 큰 열정으로 우리를 응원하는지 알고 있다. 이에 답하는 법은 야구장 안팎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집 밖에 나갈 때마다 사진 촬영과 사인을 요청받는다.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 아들을 비롯한 가족들도 이를 뿌듯해한다. 앞으로도 팬들은 어떤 상황이든 부담 없이 요청해줬으면 좋겠다.”

스트레일리는 비시즌 기간 영상촬영용 카메라를 구매했다. 최근 브이로그(V-log)를 촬영해 개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중이다. 팬들이 궁금증을 느낄 만한 일상을 전할 계획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그라운드 안팎을 가리지 않고 늘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다. 구단 마케팅팀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협업한다. 진정한 프로선수”라며 엄지를 세웠다.

스트레일리가 롯데 팬들에게 ‘복덩이’로 여겨지는 이유는 이처럼 ‘팬 퍼스트’ 정신이 온몸에 새겨져있기 때문이다. 포심, 투심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팬심이 스트레일리의 무기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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