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MVP] 롯데 추재현, 또 하나의 ‘트레인’이 사직에서 시동 걸었다

입력 2021-03-30 21: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롯데 추재현. 스포츠동아DB

시범경기, 게다가 표본 자체도 적다. 하지만 날카로운 스윙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쌓았다. 여기에 강견까지 증명하며 코너 외야수로서 가치를 높였다. 시범경기 최종전 빨랫줄 같은 보살에 이은 홈런은 개막 엔트리를 향한 쐐기포였다. 추재현(22·롯데 자이언츠)이 롯데 뎁스의 탄탄함을 증명하고 있다.

롯데는 30일 사직 NC 다이노스와 시범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거두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시범경기는 결과에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과정은 다르다. 주전 선수들은 개막에 맞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며, 백업 선수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벤치는 고른 기회를 통해 옥석을 구분해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롯데의 시범경기는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주전들의 타격감이 전반적으로 떨어져있긴 하지만, 백업의 힘을 제대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추재현이 있다. 시범경기 7차례 출장해 타율 0.500(10타수 5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안타 5개 중 홈런이 1개, 2개가 2루타였다.

추재현은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대1 트레이드로 전병우와 차재용을 내줬을 만큼 기대를 거는 거래였다. 허문회 감독도 키움 타격코치 시절부터 추재현을 지켜봤기 때문에 자질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첫술에 배가 부르진 않았다. 정규시즌 13경기에서 타율 0.125에 그쳤고, 퓨처스(2군) 팀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지난해만 놓고 본다면 트레이드의 무게추는 키움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거래의 승패는 길게 봐야 한다. 추재현은 올해 꿈틀대기 시작했다. 허문회 감독은 기본적으로 멀티 플레이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데, 추재현은 1루수와 외야수를 모두 볼 수 있다. 30일 경기는 그 증명이었다. 추재현은 7회초 수비에 앞서 정훈과 교체됐다. 투입 직후인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NC 권희동은 우측 펜스를 직접 때리는 큼지막한 타구를 생산했다. 여유 있는 2루타 코스. 하지만 추재현은 기민한 펜스 플레이로 곧장 포구한 뒤 빨랫줄 같은 송구로 권희동을 저격했다. 여지없는 아웃이었다. 이어 8회초에는 1루 미트를 끼었다. 단 2이닝의 기회이긴 했지만 1루 수비도 무난했다.

백미는 8회말, 추재현은 1사 1루서 임창민의 스플리터(136㎞)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개막 엔트리를 향한 확실한 무력시위였다. 지난해 2군에서 담금질을 거치며 타격 능력의 비약적 향상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 증명과도 같았다.

한국야구에서 추 씨 선수가 활약하면 추신수(39·SSG 랜더스)의 별명에서 딴 ‘추추 트레인’ 관련 닉네임이 붙는다. 또 한 대의 기차가 사직구장에서 힘찬 기적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