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스토리] ‘자이언츠 킹’ 롯데 묶는 마법의 동작, “우리는 강하다”

입력 2021-03-31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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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를 치고 베이스를 밟으면 마치 보디빌더처럼 뽐내는 포즈를 취한다. 우쭐대는 동작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 같은 동작으로 교감하니 케미스트리가 단단해진다.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선보일 ‘자이언츠 킹’ 세리머니가 의미를 갖는 이유다.

롯데는 올 시즌에 앞서 전준우를 캡틴으로 선임했다. 전준우는 시범경기를 앞두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팀 세리머니를 공모했다. KBO리그에서 팀 세리머니는 흔한 개념이다. 두산 베어스의 ‘셀카 세리머니’, 키움 히어로즈의 ‘K 세리머니’, KT 위즈의 ‘비상 세리머니’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롯데는 팀 차원의 액션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캡틴이 뜻을 모았으니 의견을 내는 선수가 여럿 있었다. 4~5개의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다수결 결과 김유영과 김건국의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둘의 세리머니가 발동되는 시점도 다르다. 김유영의 아이디어는 출루에 성공했을 때, 김건국의 아이디어는 승리한 뒤에 볼 수 있다.



세리머니 원작자 김유영은 ‘자이언츠 킹’ 세리머니라는 네이밍을 정했다.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 래퍼 스윙스가 취한 포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타자들이 안타를 치고 베이스에 나갔을 때 유니폼의 자이언츠 로고를 엄지손가락으로 긋고 삼두근에 힘을 주는 동작이다. “너희는 우리를 이길 수 없다. 우리는 강하다”라는 의미다. 처음 세리머니가 도입됐을 땐 멋쩍어하는 선수도 있었다. 막내 나승엽(19)이 안타 친 뒤 우물쭈물하다 애매한 동작으로 세리머니를 마무리하자 덕아웃에서 선배들의 핀잔(?)이 쇄도했고, 이후부터는 팔을 쭉 뻗는다는 후문. 시범경기 내내 롯데 타자들은 활발히 우쭐대는 포즈를 취했다.

김건국의 세리머니는 정규시즌 개막 후 볼 수 있다. 경기 승리 후 선수단이 도열한 뒤 홈 관중들을 바라보며 박수 세 번 친 뒤 하이파이브 하는 동작이라고. 롯데 관계자는 “관중들과 직접 호흡하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만원 관중이 사직구장을 가득 채우는 광경은 당분간 보기 힘들 전망이다. 일단 개막전은 정원의 30%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관중의 수를 떠나 사직에서 함께 호흡하는 이들이 같은 동작으로 안타 하나에 기뻐하고 교감한다면 그 또한 장관일 것이다. ‘자이언츠 킹’ 세리머니는 롯데의 지금 분위기를 증명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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