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팬덤과 권력을 가진 선수, 그리고 내부갈등

입력 2021-04-13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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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어느 구단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 팀은 시즌일정을 훈련장 게시판에 적었다. 파란색으로 표시하면 승리, 빨간색은 패한 경기였다. 연승을 달렸던 그 팀의 게시판에는 파란색이 넘쳐났지만 코칭스태프는 행복하지 않았다. 팀 내부의 갈등 때문이었다. 결국 그 불씨는 꺼지지 않고 크게 번졌다. 팀에 회복하기 힘든 큰 상처도 남겼다.

팀 내부갈등.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유독 갈등의 빈도가 높은 곳이 스포츠 팀이다. 이유는 많다. ▲유난히 개성이 강하고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들이 모여 있다. ▲선수들은 능력에 따라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돈을 받고 인기를 누린다. ▲대중들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항상 궁금해 한다. ▲모든 경기마다 성공과 실패로 인정받는 승패가 나오고 그 것이 팀의 분위기와 즉시 연결된다. 이런 스포츠 팀을 매스컴이 지켜보며 취재하다보니 구성원들이 사소한 내부갈등도 노출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다.



일단 갈등이 생기면 대중들은 지도자의 능력부터 탓한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방치해뒀냐는 것이다. 물론 감독들도 할 말은 있다. 좋고 싫음은 개인의 취향이다. 아무리 감독이라고 해도 싫은 것을 억지로 좋게 만들 수는 없다. 어떤 일을 계기로, 때로는 시기와 질투심 때문에, 체질적으로 그냥 싫어서 불화가 생기는데 친하게 만들려고 해봐야 헛일이다. 유치원생들도 그런 지시는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감독은 팀 내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

그래도 구단은 갈등을 막을 방법을 사람에서 먼저 찾는다. 구단이 좋은 감독을 찾는 이유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 내 갈등을 원천적으로 없애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만 환상이다. 고차 방정식 같은 복잡한 갈등을 단 칼에 정리하는 사람은 없다. 무리해서 정리하다보면 자칫 원인과 관련자들의 잘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한쪽의 편만 들어준다.

그동안 이런 선택의 순간에 구단과 감독이 내리는 판단의 기준은 기량이었다. 팀을 이기게 해주는 선수는 문제를 저질렀어도 남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떠났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팀과 동료들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가 됐다. 구단과 감독은 이를 알면서도 외면했다. 권력은 무관심속에서 힘이 점점 커진다.



구단과 감독은 개인감정을 버리고 팀워크를 보여주라고 선수들에게 요구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유명한 문구가 나온 것은 그만큼 팀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아서였다. 요즘은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불편한 얘기는 자제하는 예전의 미풍양속도 사라졌다. 선수단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까발려지는 환경이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다양한 내부불화의 소문들은 과거보다 쉽게 뉴스로 가공되고 대중들은 이를 보면서 호기심을 충족한다.

각 구단이 탐내는 선수의 숫자는 한정됐고 몸값마저 치솟고 있다. 구단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이 있어야 좋은 성적이 난다. 몇몇 선수들은 탄탄한 팬 층마저 갖췄다. 팬덤은 SNS나 댓글을 통해 여론도 만들어낸다. 구단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여론이다. 결국 지금은 몇몇 특정 선수가 권력과 팬덤을 가지고 감독은 물론이고 팀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됐지만 통제할 방법이 없다. 구단들이 팀 내부갈등을 과거와는 다른 관점으로 봐야할 이유다. 그런 면에서 지금 V리그는 새로운 시험대 앞에 섰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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