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이 26일(한국시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기념해 찍은 30초짜리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윤여정이 시상식 후 텅 빈 극장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트로피를 깜빡 잊은 코믹한 상황극의 한 장면. 사진출처|아카데미 시상식 인스타그램
윤여정 말투 빗댄 ‘휴먼여정체’ 돌풍
탈권위적…젊은세대까지 사로잡아
“브래드 피트, 세상에 어떻게 우리가 만났네 이렇게. 영화 찍을 때는 어딨었대? 아니 너무 고맙구, 알지. 나는 한국배우 윤여정인데 유럽애들은 뭐 정정이 윤정이 막 부르더라. 얘, 오늘은 다 용서해줄게. …, 우리 다 알잖어. 글렌 클로즈 얼마나 엄청난 사람이야. 그래서 내 생각에 이거는 이기고 지고 그런 문제가 아니야. 댁들보다 내가 운이 좋았다.….”탈권위적…젊은세대까지 사로잡아
윤여정이 ‘미나리’로 26일(이하 한국시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뒤 온라인상 확산하고 있는 그의 수상 소감 ‘휴먼여정체 번역본’이다. 이날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윤여정의 영어 소감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다시 그의 평소 말투에 빗대 표현한 패러디물이다. 최근 한 누리꾼이 SNS를 통해 공개하자 많은 이들이 이미지 파일로 공유하고 있다. 실제 입소리를 내어 읽어보면 윤여정의 말투를 실감케 한다.
윤여정을 모델로 내세운 패션 플랫폼 브랜드 지그재그도 그의 수상 이후 앱 소개글을 ‘휴먼여정체’로 바꿨다. 지그재는 자사 앱 소개글에서 “어우 저기야. 내 정신 좀 봐. 혜택 탭 열린 걸 깜빡했네” 등 윤여정의 말투를 옮겨 놓았다. 윤여정은 최근 지그재그 광고모델로 등장해 “나한테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 젊고 예쁜 애들도 많은데…. 이 광고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 자세히 알아봐 진짜인가”라는 카피 대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배우 김혜수는 2013년 tvN ‘꽃보다 누나’에서 윤여정이 한 말을 옮겨 선배의 수상을 축하했다. 그는 SNS에 “육십이 돼도 인생을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처음 살아보는 거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계획을 할 수가 없어. 그냥 사는 거야. 그나마 하는 거는 하나씩 내려놓는 것, 포기하는 것. 나이 들면서 붙잡지 않는 것”이라는 윤여정의 발언을 올려 박수를 보냈다. ‘꽃보다 누나’를 비롯해 ‘윤식당’ ‘윤스테이’ 등 윤여정을 내세운 예능프로그램을 선보여온 tvN도 SNS를 통해 “얘, 이게 무슨 일이니? 어머머? 땡큐다 땡큐”라며 그의 수상 소식을 알렸다.
이처럼 윤여정 특유의 거침없고 빠른 말투를 가리키는 ‘휴먼여정체’는 그의 강한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특히 솔직하고 당당하며 탈권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윤여정 어록’과 어우러져 젊은 세대의 감성까지 사로잡고 있다. 윤여정의 한국배우 최초 영광이 일으킨 신선한 파장과 함께 당분간 ‘신드롬’에 가까운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