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힌터제어(가운데).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주니오가 중국 무대로 떠나자 울산은 힌터제어(30·오스트리아)를 후계자로 영입했다. 오스트리아국가대표 출신으로 독일무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스트라이커다. 장신(192㎝)으로 제공권에 강하고, 발 기술도 뛰어나다는 평가였다. 보훔 시절 한솥밥을 먹은 이청용(울산)의 추천도 한몫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적응에 실패했다.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부상까지 겹쳤다. 울산이 얼마 전 3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진 것도 새로 영입한 공격수들이 제몫을 못해줬기 때문이다. 울산은 이동준, 김인성(이상 4골), 윤빛가람(2골) 등 풍부한 2선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니오가 떠난 최전방의 공백은 너무 커 보였다.
힌터제어가 7경기 만에 고대하던 K리그 데뷔골을 넣었다. K리그1(1부) 13라운드 광주FC와 홈경기(울산 2-0 승) 전반 20분 선제 결승골을 기록했다. 김태환의 크로스를 침착하게 트래핑한 뒤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깔끔한 마무리였다. 게다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를 등진 채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슈팅을 날리는 등 이전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시즌 2번째 선발출전에서 나온 득점 신고식에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울산도 힌터제어의 활약 덕분에 4경기 만에 승리를 챙기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또 선두 전북 현대와 승점차를 4로 줄였다.
힌터제어의 골을 누구보다 반긴 이는 울산 홍명보 감독이다. 홍 감독은 그가 부진할 때도 믿음으로 기다렸다. 본인이 압박감을 이겨내고 한 골만 터뜨려준다면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대해 힌터제어는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데뷔골을 넣은 뒤 기자회견에서 “프로생활 12년을 하면서 이렇게 골이 터지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고, 실망스러운 시기였다”면서도 “감독의 리더십이 엄청나다. 항상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려 한다. 또 개개인이 느끼는 압박감을 내려놓게 해준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힌터제어가 제몫을 해준다면 울산의 경기력은 밸런스를 찾을 전망이다. 그동안 울산은 최전방 대신 2선 공격에 의존했다. 심지어 제로 톱에 가까운 전술을 종종 들고 나왔다. 힌터제어가 깨어나면 이런 단조로운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홍 감독은 “힌터제어가 한 골 넣었다고 해서 완전히 컨디션을 찾은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감을 찾은 건 확실하다”며 긍정적 시선을 보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