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주간(5월 31일~6월 15일)에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2차 예선 H조 잔여경기를 국내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숙소, 훈련장, 경기장 외의 이동이 통제되는 ‘방역 버블’ 형태로 진행되며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레바논, 스리랑카가 방한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의 불참이 사실상 결정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회조직위원회와 사전 교감 없이 7월 도쿄올림픽 불참을 통보했던 북한은 이번에는 공식 레터 발송이란 좀더 정중한 태도를 보이긴 했다.
국가대표팀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일지 모른다. 6월 7일 북한전이 일정에서 지워지면서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은 여유를 얻었다. 2019년 10월 평양 원정에서 0-0으로 비긴 경기가 북한의 몰수패(0-3)로 처리되면 한국은 2승2무가 3승1무로 바뀐 가운데 잔여경기를 치를 수 있다.
같은 기간 마지막 강화훈련을 진행할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에도 긍정적이다. 와일드카드 후보는 어려워도 올림픽 연령대(24세 이하·도쿄 한정) 선수들을 차출하는 작업은 한결 수월해진다. 북한전이 없는 상황에 벤투 감독이 풀 전력을 고집하진 않으리란 시각이 많다.
반면 협회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협회는 역대 최악의 재정난에 직면해있다. 최대 수입원인 A매치를 치르지 못해 돈이 돌지 않는다. 장기 계약을 맺은 스폰서 수익은 그대로이지만, 아무래도 눈치가 보인다. 협회는 임직원들의 연차 소진을 사실상 강제할 만큼 다급하다.
2차 예선의 국내 개최는 돌파구였다. 그러나 한·일전에 버금가는 흥행카드인 남북대결이 취소되면 타격이 심각해진다. 방역지침에 따라 경기장을 가득 채우기 어려운 와중에 TV 중계권의 가치도 뚝 떨어진다.
협회로선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본부를 둔 AFC를 통해 북한을 설득할 수도 있으나, 올 3월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외교관계가 단절되면서 연결 채널이 마땅치 않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