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or 소송’ 깊어지는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의 고민

입력 2021-05-03 1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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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한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계열사에 대한 내부통제 부실이라며 불거진 NH농협금융의 책임론이 손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4월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 피해자 및 시민단체 회원들.

NH투자증권 ‘옵티머스 사태’ 권고 결정 연기

금감원, 일반투자자 원금 전액반환 권고
직접 나서자니 보상금 부담 작용
소송땐 금융당국과 관계 불편해져
피해자들 “최고결정권자가 나서야”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두고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계열사에 대한 내부통제 부실이라며 불거진 NH농협금융의 책임론이 손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의 일반투자자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금융감독원(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권고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한달 여 연기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간 NH투자증권이 수탁은행인 하나은행, 사무관리 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과 연대 책임을 지는 다자배상 구조를 주장한 만큼 결국 분조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피해자와의 소송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 모임 “NH농협금융이 책임있게 나서라”

이런 가운데 NH농협금융의 최고 의사결정자인 손 회장이 직접 나서서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펀드 피해 관련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모임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NH투자증권은 분조위 결정을 수용해 즉각 원금 전액을 배상하라”며 “NH투자증권이 이를 수용하도록 최고결정권을 지닌 NH농협금융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 사례다.

피해자들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은 NH농협금융이라는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감 때문이고, 금융지주는 계열사 리스크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옵티머스 사태는 계열사인 NH투자증권에서 발생했고 관련 사안에 대한 결정도 이사회에서 이뤄지게 돼 있다. 하지만 NH농협금융이 NH투자증권의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NH투자증권 이사회 멤버 중 NH농협금융 측 인사가 다수 포진돼 있어 손 회장의 의중이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임에는 틀림없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사진제공|NH농협금융


“실적 방어냐, 고객 신뢰냐” 손 회장은 고민 중

결국 손 회장이 NH투자증권에 경영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면목으로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적 방어와 고객 신뢰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문제의 여지가 남는 만큼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금감원 분조위의 권고안을 수용하자니 NH농협금융과 NH투자증권 실적에 직접적 타격이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이 2019년 6월 13일부터 2020년 5월 21일까지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 규모는 6974억 원(54개)이다. 이중 지난해 6월 18일 이후 4327억 원(35개)가 환매 연기됐다. 일반투자자 금액과 전문투자자 금액은 각각 3078억 원과 1249억 원이다. 금감원 분조위의 투자원금 전액 반환 권고가 내려진 것은 일반투자자 금액 3078억 원으로 지난해 132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했기에 올해 1758억 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NH농협금융은 2020년 실적에서 우리금융을 제치고 4위에 올랐지만, 2021년 1분기 실적에서 5대 금융지주 중 최하위인 5위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올 1월 취임한 손 회장 입장에서 순위 하락이 마이너스 요소로 지적될 수 있는 만큼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추가 보상금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금감원 분조위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고 피해자와 소송전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가면 금융당국과의 껄끄러운 관계 형성이 불가피해진다. 앞서 라임펀드 관련 KB증권,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타 금융지주의 계열사들이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했기에 더욱 눈치가 보인다. 또 옵티머스 펀드 피해가 고객 신뢰와 맞닿아 있다는 점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자사 판매 옵티머스 펀드 287억 원 규모에 대해 100% 배상을 결정한 것도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NH농협금융 측은 “옵티머스 피해자 모임의 요구 사항에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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