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리포트] 서튼에게 주어진 1년 반 + α, 롯데 윈 나우와 리빌딩 사이

입력 2021-05-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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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서튼 롯데 신임감독이 부임 첫날인 11일 사직 SSG전을 앞두고 기자회견 중이다. 서튼 감독 손에 육성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쥐어질지가 관심이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육성 철학의 이견을 이유로 사령탑 조기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자연히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것이 대명제가 됐다. 성공사례가 극히 드문 ‘윈 나우’와 ‘리빌딩’ 병행.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51)의 과제이자 목표다.

롯데는 11일 허문회 감독 퇴진과 서튼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시즌 중 퓨처스(2군) 팀 감독을 1군으로 승격시켰는데, 대행이 아닌 정식 감독으로 삼은 것이 이례적이다. 서튼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구단은 번트나 투구, 수비 등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 강조했다. 승리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군 감독으로 KBO리그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에게 완전히 다른 환경이 펼쳐졌다. 서튼 감독은 지난해 10월 롯데 2군 사령탑으로 한 시즌을 치른 뒤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선수단에게 ‘What we do? How we do? Why we do?(무엇을, 어떻게, 왜 할 것인가)’를 강조했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실책이 나왔다면 결과가 나쁠 뿐 틀린 게 아니다. 이 차이를 깨닫는다면 선수들이 최고의 선생인 ‘실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철학을 밝힌 바 있다. 젊은 선수들이 실전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는 의미다.

1군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이 철학은 유지될 전망이다. 서튼 감독은 “얼마만큼 훈련을 하는지보다 중요한 건 어떤 퀄리티의 훈련을 하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취임 첫날 훈련 중 직접 배팅볼을 던진 것도 선수들의 컨디션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의미가 컸다.

2군 선수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1군과 순환이 유연해질 터. 서튼 감독은 부임 첫날 투수 정우준과 송재영, 유틸리티 플레이어 신용수를 1군에 등록했다. 정우준과 송재영은 데뷔 첫 1군 등록이고, 신용수는 곧장 9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했다. 서튼 감독은 “1군에 야수와 투수를 1명씩 올릴 수 있다면 2군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 시스템이 구축돼있다”고 설명했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이 거둔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다.

서튼 감독의 임기는 2022년까지다. 일단 1년 반 가량의 시간이 주어져있다. 어쩌면 추상적인 가치를 향한 신임 감독의 발걸음이 시작됐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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