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김진혁. 사진제공|K리그
김진혁은 몇 해 전부터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로 유명하다. 골을 잘 넣는 수비수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젠 이 애칭도 소용없을 듯하다. 올 시즌엔 수비수보다는 공격수로 나서는 횟수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진혁의 올 시즌 K리그1(1부) 기록은 11경기 출장에 5골·1도움이다. 특급 외국인 세징야와 에드가(이상 4골)를 앞서는 팀 내 득점 선두다. 전체 랭킹에서도 3위다. 일류첸코(9골·전북)와 주민규(8골·제주) 단 2명만이 그를 앞섰을 뿐이다.
이번 시즌 출전 11경기를 살펴보면 수비수로 5경기, 공격수로 6경기에 각각 나섰다. 시즌 초반 수비수로 뛰는 횟수가 많았지만 10라운드부터는 아예 처음부터 공격수로 출전했다. 공교롭게도 김진혁이 공격수로 나서면서 대구는 6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6연승은 창단 이후 최다 연승기록이자 올 시즌 1부 12팀 중 처음이다. 그 사이 김진혁은 2골·1도움으로 큰 역할을 했다.
김진혁의 포지션에는 사연이 깊다. 대단한 건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다는 점이다.
그는 학창 시절 촉망 받는 공격수였다. 2015년 당시 2부였던 대구에 입단할 때도 전방을 맡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공격수로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듬해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에 임대 갔을 정도로 기대에 못 미쳤다.
2017년 복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쟁쟁한 외국인 선수에게 밀렸다. ‘골 못 넣는 공격수’라는 오명도 붙었다. 당시 포지션 전환을 제안한 이는 조광래 사장이다. 조 사장은 ‘골 넣는 수비수’의 대명사였던 이정수(은퇴)를 예로 들며 포지션 전환을 제안했고, 김진혁은 그걸 받아들였다. 조 사장은 “신장(187cm)과 스피드, 헤딩력을 갖춰 수비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수비수로 뛰면서도 골을 제법 넣었다. 2017시즌 4골, 2018시즌 1골을 기록한데 이어 2019시즌엔 상무 입대 직전까지 6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며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다. 세트피스 상황은 물론이고 공격에 구멍이 생기면 언제든 투입됐다. ‘수트리어커’라는 애칭이 가장 잘 어울리던 시절이다.
상무에서 수비수로 뛴 뒤 올 시즌 복귀한 그는 주장을 맡았다. 또 복선처럼 수비수이면서도 등번호 7번을 달았다. 시즌 초반 에드가의 복귀가 늦어지자 어쩔 수 없이 그 공백을 메웠고, 자연스럽게 공격진에 포함됐다. 그는 평소 “팀이 필요로 하는 어떤 포지션도 가능하다”며 헌신을 강조했다. 그런데 에드가가 복귀해서도 자신의 위치를 지켰다. 이젠 공격수로 경쟁력을 확인한 것이다. 5골은 한 시즌 개인 최다 골이다. 늘어나는 득점만큼이나 자신감도 붙었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다시 공격수로 나서는 김진혁의 성공적인 변신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