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선발 제외 캡틴→막내 피칭 도우미…삼성, 이래서 분위기 최고

입력 2021-05-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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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해민은 17일 잠실 LG전 5회초 팀 공격 때 불펜에서 몸을 풀던 이승현의 투구를 지켜봤다. 후배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캡틴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잠실|최익래 기자

가벼운 등 통증으로 선발 제외. 박해민(31·삼성 라이온즈)은 올 시즌 두 번째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큰 통증은 아니라 휴식을 주려는 의도가 강했는데, ‘캡틴’은 마냥 벤치만 달구지 않았다. 막내가 불펜에서 몸을 풀자 배트를 쥐고 타석에 섰다. 캡틴부터 만들어가는 분위기. 삼성의 올 시즌 초반 선두 질주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삼성은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1로 승리하며 스윕 위기를 간신히 모면, 단독선두를 지켰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LG를 비롯한 공동 2위 그룹에 2.5경기차로 앞서있었는데, 앞선 2경기 패배로 턱끝까지 추격당했다. 이날도 9회초 2아웃까지 패색이 짙었으나 극적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삼성 선수단의 올 시즌 저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 요약본이었다.

승패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눈에 띄는 장면도 있었다. 삼성의 대체선발 이승민은 기대이상의 호투로 4회까지 1실점으로 버텼다. 0-1로 뒤진 5회초 삼성 공격 때부터 이승민을 구원할 좌투수 이승현이 몸을 풀고 있었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루키. 1점차로 뒤진 팽팽한 상황에 마운드에 등판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승현의 등판 전 불펜피칭. 포수 옆 좌타석에는 박해민이 있었다. 박해민은 이날 올 시즌 두 번째로 선발제외됐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경기 전 “등이 조금 안 좋다”고 선발 제외 이유를 짧게 설명했다. 가벼운 수준이었지만 막내의 불펜피칭을 캡틴으로서 도운 것이다. 박해민은 투구를 지켜보기도, 느린 타이밍에 살짝 배트를 헛돌리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긴장을 풀어준 것은 덤이었다.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 경기가 열렸다. 3회초 무사 삼성 박해민이 좌전 안타를 치고 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승현은 5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4사구 2개에 폭투로 1사 1·3루 위기에 몰렸으나 오지환을 포수 파울플라이, 김현수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승현이 클러치 상황에서 처리한 둘 모두 좌타자. 물론 ‘박해민의 도움 덕분에 이승현이 호투했다’는 표현은 비약일 터. 하지만 통증으로 선발 제외된 상황에서도 후배를 돕는 캡틴의 리더십이 포인트다. 이처럼 팀원 전체가 승리를 위해 똘똘 뭉쳐있으니 9회초 2아웃까지 뒤진 경기도 뒤집을 수 있었다. 박해민도 대타로 출장해 안타 한 개를 신고했다.

경기 후 박해민은 구단을 통해 “이승현의 데뷔전을 보니 공이 정말 좋아보였다. 같은 팀이라 상대할 수 없으니 직접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역할보다는 후배를 띄우려는 마음이 묻어나는 멘트였다. 이어 “상대팀 에이스와 우리 신인선수가 맞붙었는데, (이)승민이가 잘 던져줘서 팽팽하게 끌어줬다. 마지막까지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덕아웃에서 더 열심히 응원했다. 1위라서 좋다”며 “어려운 상대를 만나 힘든 한 주였는데 오늘 승리로 이번주 남은 경기에 행운이 따라줄 거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분위기’. 이 추상적인 단어에 모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2021년 삼성이 해내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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