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아시아쿼터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입력 2021-05-24 12: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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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퍼저축은행의 김형실 감독이 아시아쿼터 선수의 영입을 언급했다. 지난 14일 5명의 신생팀 특별지명을 마친 뒤였다. 미래를 생각하고 뽑은 자원들로 새 출발을 하지만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 엘리자벳 바르가 혼자로는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베테랑 감독도 이를 잘 알기에 “리그의 경쟁력을 위해서 한시적인 아시아쿼터의 허용”을 기존구단에 요청했다.

그동안 신생팀 창단에 목을 맨 한국배구연맹(KOVO)은 “창단을 적극 지원한다”고 말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창단이라는 목표에 가려 희망만 보였던 페퍼저축은행에게도 이제는 현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기존 구단의 지원은 시늉만 내는데 그쳤다. 혹시라도 신생팀에게 지면 큰일이 난다는 생각을 가진 이상 9명 보호선수 방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야박했던 선수지원의 이유는 구단의 이기주의가 첫 번째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지금 각 팀마다 좋은 선수가 부족하다. 그래서 결사적으로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다. V리그의 텃밭인 아마추어 배구계는 오래 전부터 유망주의 씨가 말랐다. 한 해에 1~2명 정도만 프로 팀에서 쓸 수 있고 그 다음 순번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팀에 필요 없지만 주위의 눈치 때문에 뽑은 신인들도 많다. 그렇다고 신인들이 충분히 기량을 키울 만큼 육성의 기회를 주지도 못한다. 눈앞의 성적을 위해 지금 당장 팀에 필요한 선수만 쓰면서 시즌을 치르다보니 점점 기존 선수들은 오래 활동하고 어린 선수들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사라진다.

많은 사람들은 해결책으로 2군제도의 도입을 주장해왔지만 구단은 호응하지 않았다.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을 감당하기도 버거워하는 구단에게 2군 운영은 또 다른 비용의 발생이다. 여기에 페퍼저축은행의 등장은 새로운 숙제를 안겼다. 지금까지도 원하는 만큼의 좋은 선수공급을 못한 신인드래프트였는데 이제는 7개 구단이 나눠가져야 한다. 상황은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여자배구에 환상을 가지고 누군가 제8구단을 창단을 원해도 선수가 없어서 만류해야 할 판이다. 팀이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리그의 경쟁력도 함께 유지되어야 한다.



여자배구가 지금 같은 인기를 누리기 위해서는 경기의 경쟁력을 계속 갖춰야 한다. 결국은 좋은 선수와 좋은 플레이가 나와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2군 운영과 아시아쿼터 도입이 꼭 필요하다. 전자는 시간과 돈이 들고 후자는 여론의 반응이 문제다. 구단들은 아시아쿼터 도입에 더 관심이 있다. 싸고 좋은 선수가 공급된다면 기존 선수들의 몸값도 낮출 수 있다고 믿는다. KOVO는 페퍼저축은행을 창단을 계기로 한시적이지만 아시아쿼터의 문을 조금 열어서 효용성을 검토해보고 싶었지만 기존 구단들은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구단들의 필요에 의해서 아시아쿼터의 빗장은 열릴 것이다. 그만큼 아마추어의 선수공급 환경이 좋지 못하다. 문제는 분명 있는데 아직은 누구도 이것을 해결하려고 나서지 않는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비슷하다. 허약한 아마추어 텃밭을 어떻게 가꿀 것인지, 2군을 한다면 최소 비용으로 가장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새로운 환경을 만들 때 기존 선수들은 어떤 양보를 하고 구단이 줄 반대급부는 무엇인지 등을 따지는 힘든 작업이 필요하다. V리그는 지금부터 그 일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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