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구단, 무력한 벤치, 나태한 선수…‘날개 없는 추락’ 전북, 상실의 시대로

입력 2021-05-2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K리그1 정규리그에서 6경기 연속 무승에 빠진 전북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3리그 양주시민축구단과 FA컵 16강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무너지며 고개를 숙였다. 시무룩한 선수들의 표정이 모든 게 안 풀리는 전북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꽉 차면 기우는 법. 알렉산더 제국도, 로마도 무너졌다. 흥망성쇠는 세상의 이치다.

K리그1(1부) 최초 4연패, K리그 최다 8회 우승에 빛나는 전북 현대도 예외 없이 쇠퇴하고 있다. 강호의 위용은 사라졌다. 그런데 쇠락의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전북이 또 한 번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전주성’이 이번에도 상대의 놀이터가 됐다.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3리그 12위 양주시민축구단과의 ‘2021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연장까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무대를 달리한 7경기 연속 무승(4무3패·승부차기 승패의 공식 기록은 무승부)이라 더 충격적이다. 이미 뼈아픈 기록을 안고 있던 전북이다. 23일 대구FC와 K리그1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1로 져 최근 리그 3연패 포함 6경기 연속 무승(3무3패)의 수렁에 빠진 상태였다. 전북의 리그 3연패는 8년, 6경기 무승은 9년만이다. FA컵마저 초반 조기 탈락, 그것도 하부 리그 하위 팀에 밀린 터라 고통이 배가 됐다. 거듭된 부진을 불운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심각하다. 부정적인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안일한 구단

구단의 준비부터 소홀했다. 예년과 달리, 보강에 소극적이었다. 김승대, 최영준 등 임대생들의 복귀를 너무 기대해서인지 영입이 적었다. K리그는 새 시즌을 앞둔 겨울 이적시장이 가장 중요하나 전북은 일류첸코, 류재문, 이유현, 백승호 등을 데려온 것에 그쳤다. 그 중 성공한 카드는 일류첸코가 유일하다. 가장 기대를 모은 백승호는 평범한 수준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구단 정책의 미묘한 변화다. 어느 순간부터 공격적이면서 과감한 투자가 사라졌다. 전북의 자금 운용은 ‘효율’에 초점을 맞춘 인상이 다분하다. 시즌 중 대안 없이 에이스를 이적시키는 일도 흔해졌다. 그간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 포장했지만 최근에는 정도가 지나쳤다.

많은 축구 인들은 “과거의 전북이 끊임없이 선수 욕심을 냈다면 지금은 반대다. 운동화가 한 켤레 있다며 새 운동화 구입을 망설이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꼬집는다.

무력한 벤치

준비를 덜해서일까. 이상적으로만 바라봐서일까. 지금까지의 ‘김상식 사단’은 평균 이하의 낙제점에 가깝다. ▲수가 빤히 드러나는 전략 ▲디테일하지 못한 전술 ▲뚜렷하지 않은 팀 컬러 ▲목적이 불분명한 선수기용 등 실책을 반복하고 있다.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조롱당한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 체제에서조차 전북은 방향이 확실했고 우수한 성과도 냈다. 반면 지금은 내용도 성적도 모두 좋지 않으니 전북은 여러 면에서 다운 그레이드 된 셈이다.

심지어 김 감독을 보좌하는 코칭스태프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선장이 혼란에 빠졌을 때 배를 바른 방향으로 몰도록 도와야 할 참모(코치)들은 경험 부족 탓인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과감한 상황 판단과 적극적 조언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전북은 오래 기다려줄 너그러운 팀이 아니다. 오늘의 성과, 내일의 준비를 큰 흔들림 없이 동시에 이뤄내도 좀처럼 만족하지 않는 곳이다. 시행착오가 길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배고픔 없는 선수

선수들의 나태한 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다. 열정과 열망이 없는 플레이로 일관하자 패배가 쌓였고, 자신감은 뚝 떨어졌다. ‘우승 DNA‘ 혹은 ’위닝 멘탈리티‘는 더 이상 전북의 강점이 아니다. 대구 원정 패배 후 외국인 선수들까지 클럽하우스에서 자발적 합숙에 나섰지만 FA컵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밑바닥까지 내려간 전북은 여유가 없다. 29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과 다음달 6일 성남FC 원정에서도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6월 말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릴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상식의 시대’가 ‘상실의 시대’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더 이상의 추락을 막아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