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한화 김민우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깜짝 발표를 했다. 개막전 선발을 외국인투수가 아닌 김민우에게 맡긴 것이다.
김민우는 2015년 프로에 데뷔한 뒤 선발투수로 꾸준히 잠재력을 보였다. 그러나 개막전 선발을 맡을 만큼의 확고한 기량을 보인 적은 없었다. 지난해 성적 역시 26경기에서 5승10패, 평균자책점(ERA) 4.34였다.
깜짝 놀라기는 김민우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4월 4일 개막전 선발등판을 5이닝 2실점으로 준수하게 마친 그는 시즌 중 개막 당시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울컥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감독님께 정말 감사해 속으로 울컥했다. 기대하시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김민우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하고 싶었다. 시즌 개막 선발만큼은 한국 투수가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가 앞으로 한화의 1선발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감독의 전폭적 신뢰 속에 출발한 2021시즌. 김민우에게 이보다 더 확실한 동기부여는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 경기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리고 그 같은 의지와 기량을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확실하게 보여줬다.
올 시즌 2번째 두산을 상대로 한 선발등판. 4월 9일 첫 대결에서 6이닝 7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던 좋은 기억을 되살렸다. 김민우는 이날도 7이닝 3안타 6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최고의 역투로 한화의 1선발다운 위용을 뽐냈다.
1회말과 2회말을 잇달아 삼자범퇴로 막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3회말 볼넷과 안타로 2사 2·3루 위기를 맞았지만, 두산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넘겼다.
7회말 마지막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볼넷과 수비 실책으로 무사 1·3루 핀치에 몰렸다. 팀은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상황. 후속타자 김인태와 장승현을 연속으로 삼진 처리해 2아웃을 만들었다. 이후 안재석까지 투수 땅볼로 요리해 극적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7이닝 무실점 투구. 3루측 한화 응원석에선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동료들도 팀과 김민우의 승리를 위해 뒷심을 발휘했다. 마운드에선 강재민과 정우람이 남은 2이닝을 실점 없이 지켰고, 타선은 9회초 2점을 보태줬다. 시즌 6승(2패)째를 챙긴 김민우는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과 함께 다승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아울러 2018년과 지난해 거운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인 5승을 가볍게 넘어섰다.
잠실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