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MVP] 31살 LG 투수 팀 퍼스트 철학, “젊은 선수들 성장 디딤돌 돼야”

입력 2021-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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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찬헌. 스포츠동아DB

나이만 보면 베테랑으로 분류하기에 아직 이르다. 하지만 나이라는 숫자에 담기지 않는 경험과 관록, 그리고 팀 퍼스트 철학을 생각하면 이만한 고참이 없다. ‘투수조장’ 정찬헌(31·LG 트윈스) 이야기다.

LG는 2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8-1로 승리했다. 1-1로 맞선 5회초 홍창기의 결승 솔로포에 문보경의 2타점 적시타를 묶어 리드를 잡았다. 이어 9회초에도 로베르토 라모스의 2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4점을 뽑아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4연패 뒤 2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잠실까지 향하게 됐다.

마운드는 정찬헌이 돋보였다. 6이닝 3안타 2볼넷 2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4승(2패)째를 따냈다. 최고구속 142㎞의 포심(28개)보다 커브(30개)를 더 많이 던지며 타자들의 배트를 이끌어냈다. 무조건 속구를 던져야만 공격적인 피칭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투구였다.

직전 경기 부진을 씻어낸 호투라 더욱 값졌다. 정찬헌은 20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3.2이닝 13안타 2홈런 1삼진 9실점으로 고전했다. 최소한의 계산을 세워줬던 그간의 모습과 달랐다. 특히 LG가 이날을 기점으로 시즌 최다 4연패 늪에 빠졌기에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롯데전 승리 후 정찬헌이 “좋은 상승세로 가던 분위기에서 나로 인해 패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경기에 더 집중했다”고 밝힌 이유다.

LG는 투수와 야수 구분할 것 없이 젊은 피가 엔트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27일 엔트리만 살펴봐도 이상영, 정우영, 이정용, 고우석 등 영건들이 즐비하다. 현재와 미래를 모두 바라볼 수 있는 구성. 시너지가 생길 법한 상황이다. 투수조장 정찬헌의 생각도 비슷했다. 다만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했다.

“언제까지 나이 먹은 사람들이 던질 수는 없다. 젊은 선수들이 올라와야 세대교체가 된다. 그들이 경험을 먹으면서 LG가 더 단단해진다. 물론 고참이 해줘야 할 역할은 분명히 있다. 젊은 선수를 무작정 키울 거면 좋은 선수 지명하자마자 쓰지 않겠나. 우리는 그 선수들이 잘 커갈 수 있게끔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

선발투수 도전이라는 승부수가 성공하며 이제 커리어 정점을 기대할 만한 상황. 하지만 정찬헌은 오히려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다. 이제 막 31세에 접어든 한창 때의 투수지만 정찬헌이 누구보다 빛나는 베테랑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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