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권순찬 감독이 본 VNL 한일전

입력 2021-05-28 1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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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는 했지만 결과는 그 보다 더 좋지 못했다.

27일 벌어진 2021 VNL(발리볼내이션스리그) 한일전에서 우리 여자대표팀은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 당했다. 역대 한일전 통산 83패(54승)째다. 최근 3년간 4승2패로 앞서가던 대표 팀이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인 경기 내용이었다. 스포츠동아는 권순찬 전 KB손해보험 감독에게 이번 한일전을 앞두고 전문가의 시선으로 경기를 분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와 신체조건이 비슷하지만 국제무대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일본 여자배구의 장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권순찬 감독은 “템포와 연결동작 압박수비”를 키워드로 일본 여자배구를 설명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템포가 빨랐다. 첫 세트에서 일본의 세터는 속공과 관계없이 네트 양쪽으로 공을 빨리 찢어줬는데 그 연결의 스피드를 우리 블로커가 따라가지 못했다. 일본은 2단 연결도 낮게 올리는 등 전체적으로 플레이를 낮게 빠르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분석했다.



기자가 눈여겨 본 대목은 일본의 빼어난 수비능력이었다. 김연경을 비롯한 우리 대표팀의 공격을 쉽게 받아냈고 반격으로 연결했다. 그 비결을 묻자 “3명이 전진수비를 했다. 정해진 약속에 따라 앞으로 압박해서 공이 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고 했다. “이런 수비를 깨기 위해서는 코트를 길게 보고 밀어 쳐야 하는데 초반에 공격수들이 코트에 꽂으려고만 하다보니 득점이 나지 않았다. 나중에 김연경의 공격이 성공한 것도 밀어서 치면서부터”라고 평가했다.



권순찬 감독이 일본 대표팀의 플레이 가운데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연결동작이었다.

“일본의 센터와 공격수들은 블로킹을 시도하다가 페인트 공격이 들어와도 놓치지 않고 잡아 올렸다. 블로킹을 시도하다가 내려오면서 상대의 페인트를 잡는 것은 남자 선수들도 하기 쉬운 동작은 아니다. 훈련이 많이 필요한데 모여서 많이 훈련한 흔적이 보였다”고 했다.



권 감독은 “어택커버 때도 연결동작이 좋았다. 한쪽에서 수비를 하면 반대편의 선수는 어택커버를 하러 들어왔다가 빨리 뒤로 나가서 다음 공격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 것이 매끄러웠다. 그래서 일본 세터가 낮고 빠르게 연결해줘도 반대편에서의 공격이 매끄러웠다. 이런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아야 하고 공이 어디로 가면 나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상황을 아는 이해능력, 반복훈련이 필요한데 일본은 연결과정이 항상 매끄럽게 나왔다. 그만큼 훈련이 많았고 배구 이해도가 높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우리 리시버들이 고전했던 일본의 날카로운 서브도 감독은 상세히 설명했다.

“일본 선수들의 서브 높이가 일정했다. 항상 네트 상단에서 많이 떨어지지 않는 일정한 높이로 왔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서브의 높이와 방향에 관한 논문이 나왔다고 들었다. 그 논문의 데이터에 따르면 서브가 네트상단 어느 정도 높이에서 어느 방향으로 어떤 각도가 나왔을 때 성공률이 어떻게 나오는지 결과라고 했다. 일본은 집요하게 그런 정교한 서브를 넣었고 우리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했다.



결국 27일 한일전은 선수들 동작의 스피드와 선수들에게 연결되는 공의 스피드의 차이에서 승패가 결정됐다. 일본과 비교해서 선수들의 신체조건이 더 좋은 우리 여자배구의 숙제이기도 한 빠른 연결과 스피드 배구의 성공 가능성을 물었다.

권순찬 감독은 “우리도 예전에는 빠른 배구를 했다. 유럽 장신선수들의 힘과 높이를 이기기 위해서는 스피드뿐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런 배구를 했다. 1990년대만 해도 스피드가 한국 여자배구의 특징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스피드가 사라졌다. V리그에서 외국인선수가 들어오면서 그에 맞는 배구를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예전보다 대표선수들이 함께 모여서 훈련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지는 연구해볼 일이다. 다만 일본과 우리 모두 낮고 빠르게 하려고 시도했는데 우리 보다는 일본이 더 빨랐다. 뒤에서 공을 받고 들어와서 때리는 동작, 그 것이 연결동작인데 일본과 우리는 큰 차이가 났다. 일본의 공격수 3명은 리시브나 수비를 한 다음의 공격과정과 동작이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고 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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