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남양유업, 고강도 경영 쇄신 예상

입력 2021-05-30 18: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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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를 새 주인으로 맞은 남양유업은 향후 구조조정 등 고강도 경영쇄신이 예상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강도 높은 경영 쇄신, 소비자 신뢰 되찾을 것”

한앤컴퍼니, 남양유업 새 주인으로. 향후 전망은?
남양 오너일가 지분 53% 매각
홍원식, 고용 안정 언급 없어 논란
한앤컴퍼니 “새로운 남양 거듭날 것”
지배구조 개선·경영 효율화 예고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를 새 주인으로 맞은 남양유업의 향후 전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소비자 신뢰 회복이 필요하고, 기업을 인수해 몸값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날 정도의 고강도 경영 쇄신이 점쳐진다.

지분 매각한 오너 일가, 고용 안정에 대한 언급 없어
남양유업은 27일 홍원식 전 회장의 지분 51.68%를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 53.08%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양도 대상은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이며 계약금액은 3107억2916만 원이다.

이번 조치는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8년 만이자 4월 13일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 이후 44일 만이다. 오너 일가가 지분 매각이라는 고강도 처방을 내린 것은 이달 홍 전 회장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연이은 쇄신책에도 불매운동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 전 회장은 28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최근 일련의 사태로 고통받는 남양유업 가족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며 “기업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최대 주주로서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또 “제 노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오로지 내부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가치를 올려 예전같이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를 위해 고심 끝에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하지만 임직원의 고용 안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마지막까지 무책임한 모습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앤컴퍼니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

남양유업을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소비자 신뢰 회복을 통한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집행임원제도를 적용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한앤컴퍼니의 계획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제조, 해운, 유통, 호텔 분야에서 25건의 기업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단 한 번의 손실도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품회사를 인수한 뒤 경쟁력을 키운 사례도 있다. 2013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웅진식품을 1150억 원에 인수해 2018년 대만 퉁이 그룹에 2600억 원에 매각한 것이 그 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실적이 악화된 만큼, 경영효율화를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져 내부 조직원들의 동요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앤컴퍼니 측은 “그동안 기업 인수 후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기업 가치를 제고해왔다”며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위기가 이른바 ‘오너 리스크’로 촉발됐던 만큼 사모펀드 인수로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면 조만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부도덕한 오너일가가 물러났으니 남양유업 직원, 대리점주, 거래처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불매운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기대감 덕분인지 28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일 대비 가격상승제한폭(29.84%)까지 치솟은 57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경영 쇄신에 대한 기대감에 개장 전부터 매수세가 몰리면서 장이 열리자마자 상한가로 직행했다. 남양유업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201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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