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가 300억 원의 초대형 방송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2021~2022시즌부터 2026~2027시즌까지 매 시즌 50억 원씩, 총액 300억 원 규모다. 2005~2006시즌부터 시작해 스포츠전문채널 KBSN과 V리그는 22시즌 연속 동행한다.
2005년 V리그 출범 당시 방송사 출신의 박세호 초대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을 영입해 방송사에 구걸하다시피 중계를 요청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당시 지상파 3사는 V리그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 KOVO의 중계 요청을 시큰둥하게 받아들였다. V리그 원년 방송중계권 액수는 3사로부터 1억 원씩, 총액 3억 원이었다.
이후 KBSN이 V리그와 손잡고 노력한 끝에 지금의 기적을 만들었다. KBSN은 2005~2006시즌부터 배구중계를 시작해 ‘V리그 주관방송사’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방송사는 전 경기 생중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정적인 TV 중계 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방송기법과 최신식 장비를 도입해 시청자들에게 배구 보는 맛을 선사했다. 그 덕에 현재 V리그의 중계화면은 전 세계 어느 리그보다 세련됐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영상을 요청할 정도다. 여기에 V리그 구성원들의 노력이 더해지고, 경기의 수준이 차츰 높아지면서 겨울시즌 최고의 방송용 콘텐츠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해를 거듭하면서 방송중계권 액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2013~2014시즌부터 3시즌 동안 1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11자리 숫자의 거액 계약이 탄생했다. 2016~2017시즌부터 5시즌간은 200억 원으로 폭증했다. 이 때까지는 남자배구가 인기를 주도했지만, 두 시즌 전부터는 여자배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팬들이 유입됐다. 2020~2021시즌에는 김연경 복귀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각종 시청률 신기록이 수립됐다. 이 때문에 KOVO와 KBSN의 방송중계권 협상도 매끄럽게 진행됐다.
KBSN은 이번 계약으로 국내 미디어플랫폼에서 V리그 독점방송권, 전송권, 재판매권을 갖는다. 새 계약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해외 스트리밍 영상을 국제신호로 제작하는 것이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배구팬들을 위해 팀명 등을 영어로 제작해 송출한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데일리 프로그램의 신설이다. 야구의 ‘아이러브베이스볼’ 같은 프로그램으로, 겨울 내내 다양한 배구 뉴스를 시청자들에게 전한다. 또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독점해온 온라인 중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제 V리그의 곳간도 새로 채워졌고, KBSN도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했다. 남은 관건은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경기의 수준이다. 국제대회에서 높은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V리그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면 6년 뒤의 중계권 계약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